[책과 길] 일본 유명 영화감독 야스지로 산문집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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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와이 슌지, 빔 벤더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짐 자무쉬 …. 작가주의 감독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경의를 표하는 일본 영화 감독 오즈 야스지로(사진·1903∼1963)의 산문집이다. 야스지로는 ‘도쿄 이야기’(1953)로 유명한 감독. 그의 책이 국내에 소개되는 건 처음이다. 여러 매체에 쓴 기고문, 중일전쟁 참전 때 쓴 일기와 편지, 영화에 대한 자평을 묶었다.

“달이 보기 좋다. 창공을 저 멀리 바라보니 아베노 나카마로의 심경입니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야스지로가 1937년 10월 동료 노다 고고에게 쓴 엽서다. 전쟁터에서 달을 보며 고향 생각에 젖은 그가 문득 먹고 싶었던 음식은 꽁치구이였나 보다. 인간성이 극단적으로 파괴되는 전장에서 그는 측은지심을 잃지 않고 본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눕든지 일어나든지 요즘 이 오버랩을 머릿속에 그린다. 비 오는 다카나와의 2층에서 내가 잔다. 내가 일어난다. 드럼통 욕조에 들어간다. 이즈의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기대할 수 없는 ‘위대한 환상’이라 하는지도 모른다.” 전쟁터에서 목욕하는 것을 상상한 글이다. 그의 영화처럼 담담하고 소박한 문장이 이어진다.

유머와 익살도 돋보인다. 야스지로는 ‘살인기담’에서 “촬영소 부근의 찻집에서 우연히 살인 얘기를 들으셨다고 해도 놀랄 것 없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영화인들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온갖 범죄 이야기를 무시로 나누기 때문이라며 너스레 떤다. 그는 평생 아내를 맞지 않고 모친과 살았다. “여기가 나라야마라면 언제까지든 있어줘도 좋다. 업고 가는 시중들 일이 없어서 나도 편하다.” 모자간의 담담한 생활이 그려지는 문장이다. 이 책을 통해 산문가로서도 탁월한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야스지로가 남긴 50여개 작품은 주로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 그 안에서 무너지는 가족관계와 고독감을 다뤘다. 이 책에는 세계 영화사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도쿄 이야기’ 감독용 각본도 수록돼 있다. 노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그린 이 작품은 별다른 기교 없이 평범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우리들’ 감독 윤가은(35)은 이렇게 추천했다. “드디어 이 책을 통해 인간 오즈를 만난다. 늘 여유와 유머를 간직하면서도 일관되게 사려 깊고 진지한 그의 시선과 태도에 경탄한다. 역시 오즈다.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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