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우리도 부르심 받은 ‘하늘의 용사’입니다

하이패밀리 세미나 ‘포지셔닝’서 만난 사모들 “우리도 할 말 있습니다”

‘사모’ 우리도 부르심 받은 ‘하늘의 용사’입니다 기사의 사진
식당봉사, 청소, 성가대 지휘, 차량운전 등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슈퍼우먼.’ 교회 담임목사나 부교역자 아내인 사모들 이야기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사모의 역할도 달라지긴 하지만 미자립 교회가 70% 이상인 한국교계 현실에서 사모는 여전히 부르면 달려가는 ‘상시 대기조’다.

사모로 산다는 건 눈물이다. 오죽하면 ‘사모 눈물 없인 교회 개척을 할 수 없다’란 말까지 생겼을까. 육체적으로 힘든 건 견딜 수 있지만 심적인 부담과 압박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는 사모를 더 지치게 한다.

지난 28일 하이패밀리 사모세미나 ‘포지셔닝’이 경기도 양평의 W스토리에서 열렸다. 홍승연(58·수원 보배로운교회) 신애숙(58·진해 동부교회) 장은희(58·포항 제자들교회) 한성주(49·인천 하늘담은교회) 김소정(48·서울 향기교회) 이지연(46·수원 화목한교회) 김혜경(46·일산 에벤에셀교회) 배태성(46·강화 황산교회) 김미화(45·수원 임마누엘교회) 박선의(41·서산 흑석교회) 사모를 만났다. 처음엔 슬픔의 눈물을, 그러나 지금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모로서의 삶을 들어봤다.

사모에게도 인권이 있다

“성가대를 지휘하려면 앞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권사님들이 사모가 성가대 지휘를 한다느니, 앞자리에 앉는다느니 하세요. 한마디로 사모가 설친다는 거죠.”

“저는 학생부를 맡고 있는데, 주일날 아이들이 맨발에 슬리퍼를 끌거나 반바지를 입고 오면 저를 탓해요. ‘사모가 애들을 어떻게 가르쳤길래 저러냐’고요. 애들이 주일 아침 예배에 나오는 것만도 고맙고 기특한데 말입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어느 정도 부흥했을 때 성도들을 봉사자로 세웠지요. 개척 초기엔 제가 감당했던 일들인데 다 넘겨줬어요. 그런데 제가 어쩌다 말만 하면 ‘사모가 설친다, 잠잠히 하라, 가만히 있으라’고들 하세요.”

10명의 사모들이 크게 공감했다. 특히 ‘사모가 설친다’는 말을 면전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며 서러움에 혼자 눈물 흘린 적이 많았다고 했다.

“농촌 교회에 부임해 10년을 허름한 사택에서 지냈어요. 곰팡이가 피고 어두침침해 아이를 출산하면서 사택을 옮겨야 했죠. 그랬더니 ‘사모가 어려워도 참고 기도하면서 견뎌야지, 사명감이 없다’고 꾸짖으시더라고요.”

“주일예배 후 제자훈련을 하는 성도를 대신해 아기를 봐줬어요. 한 번은 아기가 아팠는데 ‘어떻게 봤길래 애가 아프냐’며 저를 몰아붙이더라고요. 제가 아프게 한 것도 아닌데 서러웠어요. 미안하다고 계속 머리를 조아렸죠.”

성도들에게 무시당한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한 집사님이 명품 가방에서 물건을 쏟더니 ‘사모님 이거 가져요’ 그러는 겁니다. 옆에 있던 다른 분이 ‘사모가 무슨 명품 가방을 들어. 우리 사모님은 그런 분 아니야’ 그러데요.”

“우리가 무슨 쓰레기처리장도 아니고…. 쓰던 립스틱 주시는 분도 계세요. 값어치 없이 저를 대하는 것 같아 굉장히 속상했죠.”

“부교역자 시절 담임목사 사모님의 첫 말씀이 생각나네요. ‘사모는 교회의 걸레다. 나도 그렇게 걸레처럼 일했다.’ 모임 때마다 훈장인 것처럼 말씀하시는데요, 우리 사모에게도 인권이란 게 있어요.”

그래도 성도 때문에 산다

“몇 년 전 남편이 많이 아팠어요. 병원비 때문에 고민하는데 집사님 한 분이 결제를 하겠다며 병원에 오셨어요. 그 집사님도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 말이죠. 목사님에게 받은 은혜가 크다며 그런 결심을 한 겁니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 저희들 모습에 감동해 병원비를 받지 않았어요. 위로해주는 고마운 성도 한 분으로 인해 새 힘을 얻습니다.”

“예배를 마친 뒤 ‘사모님 수고했어요’라며 권사님 한 분이 초콜릿 한 개를 제 손에 꼭 쥐어줄 때 눈물이 핑 돌아요.”

“성도들이 은혜받고 변화될 때 힘을 얻지요. 자신의 문제를 상담해 오거나 신앙과 관련해 질문을 해오면 ‘더 열심히 공부하자’며 스스로 다짐도 해봐요.”

서럽게 울다가도 사모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건 성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때문이다. 한 주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성도들 모습에서도 사모는 큰 도전과 위로를 받는다.

“주일에 식당봉사를 하는 게 그렇게 힘들다가도 평일에 식당을 운영하는 성도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오늘 하루 에벤에셀 식당을 연다는 마음으로, 그 성도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고난도 즐겁게 견딥니다. 원망하면 원해서 망하는 겁니다.”

사모로 산다는 건 ‘특별한 선택’

“남편이 목사라서 제가 사모인 게 아닙니다. 저 역시 사모로 부르심을 받은 겁니다. 하나님께 특별히 사모로 선택받은 자입니다. 그러니 저는 행복한 사모입니다.”

“기쁨이나 불행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살고자 한다면 어려움도 잘 극복할 것이고, 우울하고 힘들다며 부정적으로만 생각한다면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한 영혼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이 주신 기쁨을 찾는다면 행복하게 긍정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사모로 산다는 건 대단한 특권입니다. 하나님만 바라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게 바로 하늘의 용사 우리 사모니까요.”

이번 주일엔 각자 교회에서 사모 손 꼭 잡고 “오늘도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양평=글·사진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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