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도발… 만나면 ‘으르렁’ 한국-이란의 축구 악연 기사의 사진
박지성(가운데)이 2009년 6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지난 6월 12일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에서 2대 0 승리를 거두고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자신의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인 ‘4’가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 뉴시스, AP뉴시스
한국과 이란의 A매치는 싱겁게 끝난 적이 없다. 2010 남아공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잇따라 한 조에 묶인 양 팀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렸다. 아시아의 두 강호 한국과 이란 축구는 어떻게 악연을 맺게 됐을까.

1958년 5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이란은 첫 대결을 벌였다. 당시 한국은 5대 0 대승을 거뒀다. 이는 한국과 이란의 역대 최다골 차 경기로 남아 있다.

한국과 이란 축구의 악연은 2009년 2월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란의 박지성’으로 불리던 자바드 네쿠남은 경기 전 “(아자디 스타디움이) 한국 선수들에게 지옥이 될 것”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러자 한국 주장이었던 박지성은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공교롭게도 네쿠남과 박지성은 각각 한 골씩 터뜨려 양 팀은 1대 1로 비겼다.

2006년까지 한국 축구 대표팀 코치로 활약했던 압신 고트비 당시 이란 감독은 경기 후 “한국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들이 국제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며 도발했다.

2009년 6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은 이란으로서는 통한의 경기로 남아있다. 당시 한국은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고, 4위에 처져 있던 이란은 남아공행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다. 이란은 후반 6분 마수드 쇼자에이의 골로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경기 종료 9분을 남겨 놓고 박지성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남아공행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이란 영문 매체 ‘테헤란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이란이 한국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복수를 노린다”며 8년 전 쓰라렸던 상황을 재조명했다.

2011년 4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사령탑에 오른 뒤 양 팀의 맞대결은 경기장 안팎에서 더욱 격해졌다. 한국의 최강희 감독은 2013년 6월 11일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이란이 조금 더 밉다. 원정 경기에서 푸대접 받은 것을 기억한다. 최종전에서 이란에 아픔을 주고 싶다”고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케이로스 감독은 최 감독이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입은 합성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그해 6월 18일 울산에서 열린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1대 0으로 이긴 뒤 최 감독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추태를 보였다.

케이로스 감독의 심리전은 이번에 더욱 진화됐다. ‘늙은 여우’라는 별칭처럼 능수능란하게 한국축구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한국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지난 27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실시한 첫 훈련에서는 잔디 상태에 불만을 나타내며 “한국 축구팬들이 부끄러워 할 것”이라고 했다. SNS에 관련 사진을 올려 한국 축구환경을 비판하면서 이란 네티즌들의 비난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9일엔 “대한축구협회에서 제공한 최상의 환경과 프로다운 태도에 감사하다”며 태도를 바꿨다. 30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한국전 공식 기자회견에선 “한국처럼 좋은 팀과 경기를 해야 이란 축구도 발전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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