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식품공전 기사의 사진
한국인의 음식 재료는 몇 가지나 될까. 중국인은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지만 우리도 빠지지 않는다. 산과 들, 바다까지 부족함 없는 자연환경에 오랜 농경문화가 합쳐져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보릿고개를 넘겼던 경험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법전을 펴놓고 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음식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 재료는 정확하게 4919종이다. 식품위생법 7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을 정한다’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식품의 기준 및 규격, 바로 식품공전이다. 여기에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4722종과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 197종의 리스트가 있다. 불가사리는 껍질을 칼슘보충용으로만 쓸 수 있는 제한적 식품원료다. 리스트에 없는 원료로 음식을 만들어 팔면 불법이다.

무궁화는 식품원료일까. 그렇다. 하지만 지난 6월 30일 이전에는 아니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이 지은 ‘성호사설’에는 무궁화로 떡을 해먹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식약처가 식품공전에 무궁화를 등록하기 전까지 무궁화떡은 팔 수 없었다. 지난해 세종시가 축제에 무궁화 음료 시음 행사를 넣었다가 난리가 난 뒤 식품공전에 추가됐다. 굼벵이는 어떨까. 지난해 12월 29일 식품공전에 올라 귀뚜라미 번데기 메뚜기와 함께 먹거리로서의 법적 지위를 ‘당당하게’ 확보했다.

개고기는 식품공전에 들어 있지 않다. 보신탕을 팔거나 고기를 유통시켜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개는 축산법상 가축이다. 축산법 2조와 시행령은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노새 당나귀 토끼 개를 가축으로 규정했다. 식품공전에 없다고 음식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도축을 법제화한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개는 빠져 있다.

가을 초입에 뜬금없이 개고기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한 민간 연구소가 유통 중인 개고기에서 위험한 수준의 항생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식품공전에 없다는 이유로 이런 조사 자체가 처음이다. 개고기, 더는 미루지 말고 결정해야 한다. 이 정도 여론조차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하는데 탈원전 공론화는 언감생심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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