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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노트] 모든 게 노래 기사의 사진
사공우 ‘Homo Sapiens’
김중혁 작가의 ‘모든 게 노래’라는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며칠 전 저녁 식사를 같이 하던 라디오 피디가 ‘닉혼비의 노래들’이라는 책을 추천해줬다. 오쿠다 히데오의 ‘시골에서 로큰롤’이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에 담겨진 곡들을 찾아 들으며 즐거워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꼭 봐야지” 하며 책 제목을 기억에 새겨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학창시절 꿈 중 하나가 라디오 피디였다.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고, 게다가 라디오에서는 멋진 책 구절도 소개해주니까 좋아하는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실의 그 직업이 낭만적일 수만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라디오 피디에 대한 동경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낭만이나 동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파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아렸다. 책과 음악과 라디오를 사랑하고, 세 살배기 딸이 있는 워킹맘 피디의 조곤조곤하던 말투에 힘이 들어갔다. 부정적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는데 지난 10년간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할 때는 분노가 느껴졌다. 외부인인 내가 그 속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세상에는 연대와 분노를 통해야만 바뀌는 것이 있다는 걸 안다. 작은 노를 붙들고 쉬지 않고 저었는데 배는 제자리만 맴돌았다는 걸 알았을 때 노 젖던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노를 내려놓는 것이니까.

‘큰 걱정 없이 소박하게 하루를 보낼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이가 들수록 더 간절해진다. 대박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하던 일을 묵묵히 계속 하며 하루가 순탄하게 흘러가면 그걸로 만족하게 되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음미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음악과 책,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즐거워야 할 그날의 대화는 파업이라는 소용돌이가 집어삼켜 버렸다. 그녀의 일상도 그렇게 빨려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다.

며칠 뒤 사서 읽은 ‘닉혼비의 노래들’ 속에 담겨 있던 노래들은 내 귀를 호강시켜줬다. 여러 힘든 일로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들었던 보석 같은 음악들이 내 마음을 밝게 만들었다. 고마웠다. 그리고 기도했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 평온한 일상에서 행복을 다시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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