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강주화] 대출탑 된 대학 기사의 사진
지난겨울 방학 무렵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 3학년생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가정 형편상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할 처지였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오후에 전철을 타고 한참 가야 하는 중소 도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고약하게도 학원이 있는 도시는 다 달랐다. 정규 강사로 진행하기 어려운 수업을 그에게 임시로 맡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 해고 통보를 받을지 모르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 학생은 “이렇게라도 아르바이트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학교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매일 6∼7시간씩 일을 했는데 시간을 훨씬 많이 빼앗기는데도 최저시급이라 돈을 벌기 너무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 청년은 학자금 대출을 가능한 적게 받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점 등 ‘스펙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자신이 취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실제 이런 청년들의 불안과 좌절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많다. 통계청이 지난달 초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 실업률은 9.3%였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대졸자 10명 중 8명꼴로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었고, 대출 금액은 평균 1471만원이었다. 서울시가 지난 6월 청년수당 지원 대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미취업 기간의 평균은 20.8개월이었다.

70, 80년대 농부들은 소를 팔아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을 댔다. 그래서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렸다. 요즘 많은 부모들은 처분할 변변한 자산조차 없다. 지금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해결하고 있다. 우골탑이 ‘대출탑(貸出塔)’으로 바뀐 지 오래다. 대학가에는 등록금 때문에 밤낮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학생이 부지기수다. 최근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모녀가 저수지로 차를 몰아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대학 1학년이었던 딸은 친척에게 등록금을 빌리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 대졸 이상 노동자의 임금은 고졸 노동자 임금보다 평균 40%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 소득 격차로 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계층 사다리’가 되는 대학 교육이 북유럽 국가들처럼 무상이라면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단시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이라도 실현하면 좋겠다.

글=강주화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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