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치아 10개 미만 노인, 20개 이상보다 치매 발생 81%↑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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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행복정신건강센터에 치매 환자로 등록돼 있는 A씨(78)는 치아 여러 개를 빼고 부분 틀니를 하고 있다. 그런데 틀니가 자꾸 빠져 불편을 겪기 일쑤다. 자연히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아지고 영양 섭취 부족 때문인지 기억이 자꾸 나빠졌다. 치매 약 먹은 일을 기억하지 못해 여러 번 약을 복용하거나 길 가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적도 있다.

정신건강센터 박미애 부센터장은 4일 “틀니가 불편하면 아예 빼버리고 식사를 안 하는 어르신도 많다. 치과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지 못하고 치과 방문을 권해도 잘 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노인정신건강센터나 치매안심(지원)센터에서 구강관리까지 신경 쓰는 건 어렵다”고 털어놨다. 노인 특성상 자발적인 구강 관리는 어려운 만큼,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치아 상실, 치매 위험 ↑

구강 위생과 치매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국내외 연구결과는 다수 제시됐다. 스웨덴 우메오대 연구팀이 1988년부터 20년간 35∼90세 성인 1952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치아가 모두 빠진 사람은 정상인보다 기억력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규슈대 연구팀은 치아 상실 개수와 혈관성 치매의 상관성 연구를 내놨다. 치아가 1∼9개 있는 노인은 20개 이상인 노인보다 치매 발생 확률이 81% 높았다. 치아가 10∼19개 있는 노인은 20개 이상 노인보다 치매 위험이 62% 높았다. 정상 치아의 수는 28∼32개다. 경북대 치대 등이 대구에 사는 60세 이상 184명을 연구한 결과, 남아있는 치아 수가 0∼10개인 사람은 모두 존재하는 경우보다 치매 위험이 2.64배 높았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에 의해 뇌 조직이 손상을 입어 발생한다. 조선대치과병원 손미경 교수는 “치아가 적으면 음식 씹는 기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뇌의 혈액 순환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와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한동헌 교수는 “치아가 적으면 육류 등을 씹기가 어려워 뇌에 충분한 영양소 공급이 안 되는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치주과학회 연구에 따르면 잇몸병(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은 혈관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환자 치과진료시 비용 지원 필요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치매 관리와 구강건강 중요성’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또 치매국가책임제에 구강건강 정책을 강화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치과계는 조기 치매 선별검사가 이뤄지는 치매안심센터, 보건소 등에 기존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구강 관리와 예방 프로그램 도입을 주장한다. 한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등 고위험군과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보건소 및 치매안심센터, 일반 의료기관, 치과 병의원 사이에 연계 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치매 관리 정책 대상자를 기존 노인층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적절한 구강 관리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치협 이재윤 홍보이사는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할 때 치과 인력을 투입하고 치매 환자의 치과 진료, 구강검진 비용의 국가 지원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글=민태원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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