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졸음버스의 공포 기사의 사진
‘졸음운전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졸음운전!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졸음운전! 마지막 운전일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수막 구호들이다. 죽음을 암시하는 단어들이 거침없이 사용돼 섬뜩함마저 든다. 한국도로공사가 이런 경고성 현수막을 거는 것은 졸음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함이다.

졸음운전이 얼마나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지는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를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봉평터널 입구에서 시속 100㎞ 가까운 속도로 달리던 관광버스가 앞서 운행하던 승용차 등 차량 4대를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38명이 부상했다. 숨진 4명은 아르바이트로 모은 용돈으로 1박2일간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상경길에 올랐다가 참변을 당했다. 버스가 승용차를 뒤에서 무섭게 덮치는 사고 순간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자 온 국민은 더욱 경악했다. 버스 운전기사가 깜빡 졸면서 일어난 참사였다. 졸음운전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당시 사고를 계기로 버스 운전사의 과로 운행 방지 대책을 비롯해 전방충돌경고장치, 자동비상제동장치 의무 장착 등 각종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일부만 보완됐을 뿐 대부분 구호에 그쳤다.

비슷한 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0개월여 뒤에는 봉평터널의 판박이 사고로 4명이 숨졌다. 시속 92㎞로 운행하던 고속버스가 앞서 가던 승합차를 들이받은 점, 원인이 졸음운전이라는 점 등이 흡사했다. 사고 지점도 봉평터널에서 불과 6∼7㎞ 떨어진 곳이었다.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추돌사고에 이어 2일에는 4시간 간격으로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추정되는 고속버스 추돌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졸음운전 사고는 1만2539건이다. 이로 인해 566명이 숨지고 2만4000여명이 다쳤다. 해마다 2507건의 졸음운전 사고로 113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때마다 버스 운전사의 장시간 근로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근로감독을 실시했고 휴식 및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의 현황도 점검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버스사고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다. 사고를 피하려면 대형버스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걸까.

김준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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