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EMP탄 기사의 사진
1962년 7월 태평양 존스턴섬. 미국은 고도 400㎞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1445㎞ 떨어진 하와이에서 가로등이 꺼지고, 라디오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700㎞ 밖 지하 케이블이 손상되고, 1300㎞ 외곽 미군 전자통신장비가 무력화되기도 했다. EMP(Electro-Magnetic Pulse)의 발견이다.

EMP탄은 고공에서 핵폭탄이 터질 때 방출되는 감마선을 이용한다. 감마선은 대기와 접촉하면서 전자기파를 발생시킨다. 수백 나노초의 순간이지만 번개보다 약 100배 강한 전자기파가 전자장비로 흘러가면서 내부 회로를 태워버린다. 인명 살상 없이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소리 없는 폭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의 전함이 기계군단 ‘센티넬’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때 사용됐던 무기다. 1991년 걸프전에서 미 해군이 시험 발사한 적이 있다. 2000년대 들어 핵보유국 중심으로 개발이 가속화됐다. 요즘엔 위력이 작더라도 원하는 지역에만 노리는 비핵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핵폭탄 대신 고폭 화약의 폭발에너지를 이용한다.

북한은 지난 3일 수소탄을 이용한 EMP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4일에는 노동신문이 ‘핵무기의 EMP 위력’이라는 해설 기사를 싣기도 했다. 북한이 EMP탄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엔 상당히 매력적인 무기다. ICBM 개발의 최대 난제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요 없고, 상공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정확도 부담도 적다. 미국 의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04년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뒤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에겐 핵폭탄보다 더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부 군 지휘시설을 제외하곤 EMP탄에 무방비 상태다. 특수 가림막 등 방호 시설 구축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데다 강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EMP 공격 위협에 나선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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