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요란한 구호보다 차분한 대응을 기사의 사진
스위스 작은 휴양도시 다보스는 매년 지구촌 경제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는 곳이다. 2016년 1월 20일에도 어김없이 기라성 같은 각국 기업인, 정치인, 경제학자들이 모여들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행사에서 다뤄진 주된 의제는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18세기 말부터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2차 산업혁명에 이어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자동화 생산시스템을 토대로 지식정보 혁명을 이끌었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기존의 산업 형태가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되고 사물을 자동·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대를 구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기술 융복합이다.

우리나라는 근대화 실패와 식민지화로 1, 2차 산업혁명에서 크게 뒤졌지만 3차 산업혁명에서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세계 1위 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나라가 ‘선도자(First Mover)’로서 핵심기술 발전을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4차 산업혁명을 떠받칠 핵심기술로 꼽은 10가지는 로봇공학,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신소재공학으로 대표되는 재료공학, 에너지저장기술(ESS), 양자컴퓨터다. 이외에도 빅데이터, 5G 네트워크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2016년 ICT발전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75개국 중 1위를 차지해 2년 연속 최고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가구 인터넷 접속률은 99.2%, 인터넷 평균 접속 속도는 26.1Mbps로 각각 8년 연속,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국정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성장의 활주로로 삼겠다고 했다. 민간 경제 전문가들도 4차 산업혁명이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요란한 구호가 아닌 치밀하고 차분하게 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정권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기를 바란다. 집권기간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정부는 조용한 추진자이자 활발한 조력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뒷받침하는 식으로 운영돼야 하는 이유다.

기술개발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올 하반기에 ‘규제 샌드박스’(규제 없는 모래밭)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는 혁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다 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국민일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트렌드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수출·금융 분야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1일 국민미래포럼을 연다. 많은 이들이 서쪽에서도 해가 뜰 수 있다는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데 큰 시사점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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