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부터 현대까지 기독교 역사에서 보석같이 빛난 여성들

기독교 여성사/정용석 지음/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초대교회부터 현대까지 기독교 역사에서 보석같이 빛난 여성들 기사의 사진
에이미 카마이클 선교사가 인도의 소녀들과 대화하고 있다. 독신으로 살면서 55년 동안 인도에서 소녀와 젊은 여성을 위해 활동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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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년 마콘교부회의. 중세 로마가톨릭교회 초기 시절 개최된 이 회의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주제는 '여성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회의에 참석한 감독들은 열띤 논쟁을 펼친 뒤 찬반투표 끝에 여성에게도 영혼은 있다고 결론지었다. 여성을 차별했던 당시 사회의 민낯이었다. 교회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게 창조됐고 남성인 아담을 죄에 빠뜨린 원죄를 가졌다고 인식했다. 아담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었고 선악과를 따먹은 여자가 남자에게 줬다는 성경 구절이 그 근거다.

이 책은 2000년 전 초대교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여성의 역사를 다뤘다. 여성 인식이 시대별로 어떻게 형성됐는지 살피면서 보석같이 빛났던 여성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우선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며 죄인이라는 근거가 된 성경구절부터 반박하고 있다.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으며”(창 1:27)와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라는 말씀에 근거해서다.

죄 많은 창기로 오해를 받았던 막달라 마리아도 사실은 초대교회의 사도와 교사로 불리는 여성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고 저자는 초기 문헌을 찾아 변호하고 있다. 또 성차별자로 오해를 받는 사도바울에 대해서도 여성들을 동역자와 교회의 일꾼, 사도로 여기던 사람이라고 증명한다.

초대교회는 여성을 죄악시했던 그레코-로마사회보다 훨씬 선진적인 여성관을 지향했다. 여아 살해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문화 속에서 교회는 낙태를 살인 행위로 규정했고 일부다처나 이혼을 금했다. 당시 교회 여성들은 기독교가 로마제국 전역에 확산되는 데 기여했으며 교회에서도 다양한 직분을 가졌다. 60대 이상의 과부직을 비롯해 동정녀 여집사 예언자 순교자들이 활동했고 세속을 떠난 ‘황야교모(desert mother)’나 수도자 저술가 여제 등도 존재했다. 이들은 자만하지 않는 지성과 한없는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세 1000년은 로마가톨릭의 전성기였다. 이 시기 여성은 이른바 ‘마녀사냥’으로 끔찍한 핍박을 받았다. 학식이 있거나 재주가 뛰어난 여성은 위험한 인물로 여겨졌으며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그러나 여성들은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들은 수녀원이나 베긴회 같은 여성 공동체를 형성해 주체적인 삶을 추구했다. 전(前) 종교개혁파로 불리는 왈도파와 롤라드파는 여성의 세례식이나 성찬식 집례를 허락했으며 설교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종교개혁자들은 여성을 더 이상 타락자나 유혹자로 비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아래에 있으며 조력자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수녀원장이었다가 개신교 목사와 결혼한 제네바의 마리 당티에르는 여성을 옹호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여성도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도를 배반한 사람도 남자였으며 잘못된 교리와 이단들을 만든 사람도 남자였다”고 지적하며 여성의 쓰고 말할 권리를 주장했다.

근대에 들어와 경건주의가 확산되면서 여성은 교육과 선교에 힘썼다.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의 배경엔 어머니 수산나 웨슬리가 있었다. 수산나는 자녀를 키우며 신앙교육을 철저히 했다. 이 영향으로 웨슬리는 목회에서 여성 역할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여성을 모임의 지도자로 임명하고 여성의 설교와 성경해석을 인정했다. 이로 인해 감리교는 다른 교파에 비해 여성 안수가 빨리 이루어졌다.

미국의 1차 대각성운동에서 조너선 에드워즈는 부흥운동에 남녀를 구별하지 않았다. 여신자들에게도 말씀을 외치고 전하라고 격려했다. 찰스 피니는 그의 집회에서 여성들을 간증자로 내세웠다. 여성들은 해외선교 운동에서도 눈부시게 활약했다. 미얀마 선교사였던 아도니람 저드슨의 부인인 앤 저드슨을 비롯해 인도에서 55년간 독신으로 사역했던 에이미 카마이클 선교사는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여성 역할을 신장시켰다.

마콘교부회의 이후 1400여년이 흘렀다. 여성의 지위는 높아졌고 사회의 의식도 변했다. 기독교계도 여성신학과 여성주의 관점의 교회론이 등장하며 평등한 공동체, 가부장적 교회가 아닌 새로운 교회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숙제는 아직 남아있다. 저자는 “가부장적 사고에 근거한 남녀차별의 교리나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양성평등을 향한 의식화 작업과 함께 신학적,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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