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시리아, 국민에 희망 준 투혼 빛났다 기사의 사진
시리아 축구 대표팀이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최종전에서 2대 2 무승부를 거두고 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시리아는 7년째 내전을 치르고 있다. 국민의 절반 가량이 난민으로 전락하는 등 국가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나라다. 절망과 공포의 삶을 살고 있는 시리아국민에게 유일한 희망의 등불은 바로 축구였다. 그리고 시리아 국가대표팀은 5일(현지시간) 월드컵 본선 도전을 이어가는 기적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전쟁상황으로 인해 홈 경기도 치르지 못하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에 오른 그들의 투혼은 타성에 젖은 한국대표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리아는 이날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이란을 상대로 2대 2 무승부를 거뒀다. 중동의 강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인 이란의 낙승이 예상됐다. FIFA 랭킹 80위에 불과한 시리아는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란에 연달아 골을 내주며 1-2로 수세에 몰렸다. 패한다면 월드컵은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오마르 알 소마가 후반 추가시간 때 극적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무승부를 만들어 냈다. 직후 그라운드 위에 선수들은 물론 경기장을 찾은 시리아 축구 팬까지 기쁨의 환호를 쏟아냈다.

무승부로 3승 4무 3패(승점 13점)의 최종 성적을 기록한 시리아는 우즈베키스탄을 골득실 차로 제치고 A조 3위에 올랐다. B조 3위인 호주와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치를 예정이다.

시리아는 2011년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지금까지 약 4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리아 전체 국민 2250만명(2012년 기준)의 절반 수준인 1200만명이 전쟁 난민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전이 이어지면서 시리아는 제대로 된 훈련조차 하지 못했다. 전쟁으로 다른나라 리그로 뿔뿔이 흩어진 선수들이 A매치를 위해 잠깐 모여 발맞추는 게 전부다. 홈경기장 잔디가 좋니 마니 하는 것은 그들에게 사치스런 투정일 뿐이다. 게다가 시리아는 홈경기를 치를 여건이 되지 않아 제3국인 말레이시아 등에서 경기를 가졌다. 사실상 모두 원정 경기로 소화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 0 승리를 거뒀고 중립지역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는 3대 1로 이겼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아시아 최강 한국, 이란(이상 0대 0 무)과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을 얻었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도, 홈의 이점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얻은 쾌거다. 대표팀 선수들은 “축구를 통해 국민을 통합하고 희망을 주자”고 다짐하며 경기장을 누빈다.

대표팀의 선전에 시리아 국민들도 환호하고 있다. 경기 시간이 되면 총성이 멈춘다. 축구를 통해 국민들은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고 있다.

CNN은 6일 “시리아 대표팀은 역경을 이겨내며 스포츠 성공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며 “수도 다마스쿠스의 광장에는 응원을 나온 축구 팬들을 위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도 “시리아 대표팀이 월드컵에 진출한다는 것은 놀랄 일이고 그들의 정신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리아의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은 아직 살아있다”고 덧붙였다. 축구를 통해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시리아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막차를 탈 수 있을지 여부가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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