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최종예선… 깔보던 상대에 연이어 ‘망신 행진’ 기사의 사진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후 이동국이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실력 퇴보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한 수 아래라고 깔보던 상대에게 연이어 혼쭐이 나며 간신히 러시아행 티켓을 어부지리로 따냈다.

한국은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8전 전승 무실점으로 마쳤다. 최종 예선 대진도 좋았다. 일본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축구 강호가 몰려있는 B조를 피하고 이란을 제외하고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팀이 대부분인 A조에 배정됐다.

그런데 최종예선에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지난해 9월 1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 한국은 전반을 3-0으로 넉넉하게 앞섰다. 그런데 후반 급격히 무너졌다. 연이어 두 골을 내줬다. 가까스로 승리는 지켰지만 돌이켜보면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승점 3점을 획득한 한국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리아 원정에 나섰다. 운도 좋았다. 2011년부터 극심한 내전을 치른 시리아에서 경기를 할 수 없어 제3국인 말레이시아에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한국은 90분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다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11일 이란 원정에선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때리지 못하는 졸전 끝에 0대 1로 패했다.

해가 지나 2017년 첫 경기인 중국전에선 제대로 폭탄을 맞았다. 한국은 중국을 얕잡아봤다. 201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는 심리적 우월감에다 중국이 한국 축구를 두려워한다는 ‘공한증(恐韓症)’에 기대며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충격의 0대 1 패배였다. 그나마 같은 날 우즈베키스탄이 시리아에 덜미를 잡히면서 2위를 유지한 게 행운이었다.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도 답답한 내용으로 간신히 1대 0으로 신승하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열띤 논의 끝에 슈틸리케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나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6월 13일 카타르에 2대 3으로 무릎을 꿇었다. 33년만의 수치스런 패배에 여론이 들끓자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다. 한국 축구사에서 최종예선 도중 감독이 바뀐 것은 처음이었다.

축구협회는 소방수로 젊은 신태용 감독을 선택했다. 하지만 한 번 가라앉은 경기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이란전에선 상대 선수가 퇴장 당해 수적 우위 속에서도 무기력한 경기 끝에 0대 0 무승부를 거뒀고,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골 없이 비겼다. 다행히 시리아가 이란과 비기며 운좋게 러시아행 막차를 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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