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덕에 ‘턱걸이’ 본선… ‘아시아 맹주’ 시대 끝났다 기사의 사진
한국 축구 대표팀이 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최종전에서 0대 0 무승부를 거둔 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알리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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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구 축구의 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강호 이란은 물론 최하위 카타르와 5위에 그친 중국에게도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이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던 시대는 끝났다. 국민들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란과 일본 등 전통 강호가 힘겹게 패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약팀들이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약진하고 있다. 반면 2002 한·일월드컵 때 4강에 올라 ‘아시아의 호랑이’다운 면모를 보여 줬던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한국이 이번 최종예선에서 보여 준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특히 수비 조직력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10경기에서 10골을 허용해 A조 최하위 카타르(15실점)에 이어 중국과 최다 실점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6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실점을 하진 않았지만 수비가 우왕좌왕했다. 좀 더 세밀한 훈련을 통해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공격에서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11골을 넣어 A조 최다 득점을 얻었지만 중국과의 1차전(3대 2 승), 카타르와의 3차전(3대 2승)에서 난타전을 벌인 결과다. 한국은 공격 전개 과정이 단조로웠고, 확실한 루트도 없었다. 좌우 측면 돌파가 느렸고, 크로스는 정확성이 떨어져 슈팅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무의미한 점유율 축구에 집착했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줬지만 미흡한 점도 드러냈다. 이란전에선 선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고, 선수 기용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이번에 K리그 베테랑들을 과감히 발탁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유용하게 활용한 점은 어느정도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팀의 중심을 잡아 줄 베테랑 없이 젊은 선수들만 가지고는 이길 수 없는 게 축구이기 때문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2014 브라질월드컵 때처럼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승점 자판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최종예선처럼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일본은 프랑스, 브라질 등 강팀들과의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이에 준하는 강팀들과 평가전을 치러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수 이름값에서 벗어나는 선발 원칙과 심리적 정신적인 부분 강화에 투자할 필요성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한 위원은 “이름값을 떠나 선수들에 대한 관찰과 평가를 냉정하게 다시 할 때가 됐다. 이승우나 석현준 등 해외파와 실력 있는 K리거 등을 면밀히 관찰해 과감하게 발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유상철 울산대 감독은 “유럽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이 많아졌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약해진 것 같다. 조금 더 국가대표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뛰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유망주들의 체계적 관리 및 양성도 끊임없이 지적되는 부분이다. 유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기술, 정신적인 부분에서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아야 중요한 순간에 경기력으로 드러난다”며 “유망주들을 키워야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태현 박구인 이상헌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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