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 기사의 사진
일본 홋카이도 북쪽에는 러시아 섬인 사할린이 있다. 북위 50도 이남의 사할린 남부는 일본이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전리품으로 챙겼으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에 패하면서 1945년 9월 반환한 곳이다.

사할린 주민은 대부분 러시아인이지만 한인들도 상당수 살고 있다. 대다수는 일제강점기 말 강제 징용돼 사할린 남부 탄광이나 군수공장에서 혹사당하다가 해방을 맞이한 조선인과 후손들이다. 일제 패망 후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조선인들은 일본의 방치와 우리 정부의 무관심 등이 겹쳐 송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1990년 한·러 수교로 귀향의 물꼬가 트였고 한·일 정부가 협력해 한인들의 영주귀국이 진행됐다. 1945년 8월 15일 이전 출생한 ‘1세대’ 한인 위주로 4300여명이 귀국해 안산, 김포, 인천, 부산, 제천, 음성, 마산 등 전국 23개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1세대 600명을 비롯한 2만5000명은 여전히 사할린에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은 설날 등 명절과 결혼, 환갑잔치, 제사 등 우리의 고유 풍습을 지켜오고 있다.

지구촌동포연대(KIN)라는 시민단체가 이런 동포들을 위해 2013년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 보내기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상생활을 음력에 의존하지만 음력 달력을 구하기 어려운 사할린 동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고국이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달력엔 음력이 병기되고 24절기, 한국의 국경일 등이 러시아어 설명과 함께 표기된다. 이미지는 한국의 풍경 등이 주로 쓰이는데 2018년 달력은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이 사용된다. KIN은 1300부를 제작해 사할린주한인협회나 현지 방문을 통해 한인들에게 전달하고 일부는 영주귀국한 동포 등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달력 제작 후원은 10월 7일까지 카카오 사회공헌 플랫폼(같이가치 with kakao)이나 KIN 후원계좌로 참여할 수 있다.

라동철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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