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노석철] 북핵은 中에도 위협 아닌가 기사의 사진
“사담 후세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누구나 기억한다. 그는 (제재 완화를 대가로) 대량 살상무기를 버렸다. 그런데 그 무기를 찾는다는 구실로 이뤄진 (미국의) 군사작전에 후세인과 가족들은 죽임을 당했다. 아이들도 죽었고 그의 손자는 사살됐다. 이라크는 파괴됐고 사담 후세인은 교수형을 당했다. 북한도 그걸 알고 기억하고 있다. 북한은 풀을 먹더라도 핵은 포기 안한다. 제재는 주민들만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5개국 브릭스(BRICS)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동료(각국 정상)들에게도 한 얘기다. 여기서 숨길 필요가 없다”며 말을 쏟아냈다.

이후 러시아 관료도 거들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부 차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지만 미사일·핵 위협이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 최소한 우리에게는 그렇다”고 말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장인 알렉산드르 보론초프는 북핵보다는 한반도 분쟁 시 피난민이 국경에 몰리는 상황이 러시아의 최우선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 미사일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는다”며 “핵전쟁이 아니더라도 남한에는 제2의 체르노빌 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많다”고도 했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북한 핵은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으니 북한을 자극해 분쟁을 유발하지 않도록 관리만 하면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러시아는 북한과 극히 일부만 국경을 맞대고 있어 현실적으로 위험한 존재가 아닐 수 있다. 만에 하나 북한과 충돌한다고 해도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는 거의 지구 반대쪽에 있다.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북한 핵은 오히려 동북아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무기가 될 수 있어 러시아로선 나쁠 게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북핵 문제에서 러시아와 한 배를 탄 중국도 비슷해 보인다. 미국의 태평양 봉쇄 정책에 고전하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초 “북한과는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그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이고, 미국이 북한을 자극해 빚어진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따라서 중국도 러시아와 비슷한 이유로 북한의 핵 개발 저지에 소극적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러시아는 모르지만 중국에게도 북한 핵은 전혀 위협이 아닌 걸까. 당장 6차 핵실험이 이뤄진 북한 풍계리에서 가까운 중국 접경 지역 주민들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중국 학계의 우려대로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의 산이 무너져 구멍이 생긴다면 중국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핵을 보유한 뒤에도 ‘전략적 가치’만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핵을 보유한 파키스탄이 인도를 견제하는 중국의 버팀목이 되는 것처럼 북한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북한 핵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과 핵무장을 자극하고 있다. 그건 일본의 침략을 당한 치욕스런 역사를 가진 우리나 중국에게 두려운 시나리오다. 게다가 한국의 사드 문제처럼 중국이 일본을 제압할 카드도 별로 없다. 일본의 군사력이 강화되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도 말을 안 듣는 북한이 중국의 뜻대로 따라줄지도 예측불허다. 물론 가능성은 낮겠지만 만약 북한이 핵을 갖고 미국과 빅딜에 나선다면 중국도 곤란해진다. 한반도 상황에서 중국이 제외되고 미국과 북한이 직거래를 하는 상황을 중국이 참아낼 수 있겠는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북한 핵은 중국에도 결코 이로울 수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 의지에 중국도 일부 호응하는 분위기이지만,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론이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결국 위험한 북한 핵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려는 걸까.

베이징=노석철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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