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애인 목회자들이 본 '특수학교 님비 현상'

‘공존하며 사랑하는’ 하나님 나라 언제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애인 목회자들이 본 '특수학교 님비 현상' 기사의 사진
10년 전인 2007년 장애인교육지원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시위를 벌이는 학부모들. 국민일보DB
"학교를 지을 수 있다면 무릎을 꿇겠습니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토론회' 현장에서 수십 명의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이른바 '무릎 영상'(본보 9월 8일자 1, 11면)이 퍼지면서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내 집 앞은 무조건 안 된다’는 일부 주민의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를 꼬집으며 “오직 집값·땅값이 모든 것의 기준이냐”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느냐”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오르내린다. 목회자, 특히 실제 신체 장애인으로 사역 중인 목사 및 신학자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이들이 ‘무릎 영상’을 소재로 한 설교를 또는 강의를 한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잃은 양 한 마리 찾는 마음 중요

“아흔아홉 마리 양을 가진 사람은 한 마리를 더 채우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은 이들이라면 버려진, 또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서울 명성교회 장애인부 담당인 최대열 목사의 메시지다. 지체장애 3급 장애인인 최 목사는 10일 이번 ‘무릎 영상’에 대해 “지금 우리 시대 많은 한국인의 머리와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이들이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모습 가운데 하나는 모두가 다 함께 사랑하며 공존하는 삶”이라며 “그 가운데 돌봄이 더 필요한 연약한 지체가 있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체장애인선교협의회 회장인 이계윤 목사는 “성경에서 예수님은 장애를 ‘개인의 죄’로 몰아가는 사회에 모순이 있음을 아셨다”면서 “당시 사람들은 ‘성결의 법’을 준수한다며 장애인이 거주하는 곳을 회피하고 있었지만 예수님은 직접 만지고 회복시키셨다. ‘인간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장애인을 존중하셨다”고 강조했다.

국내 특수학교 효시는 기독교

현 세태에 대한 비판과 특수학교 필요성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채은하 한일장신대(구약학) 교수는 특수학교 설립 논란에 대해 “장애인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표현하는 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채 교수는 이어 “장애인의 80∼90%는 중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논란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천이라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가 다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는 하나의 도구임을 안다면 현지 교회는 물론 목회자들이 침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애 아들을 둔 황승영 목사는 이번 논란과 관련, 페이스북에 특수학교에 관한 글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황 목사는 “국내 특수교육의 첫 출발은 서양인 의료선교사 로제타 홀 여사가 1894년 조선 최초로 세운 시각장애아 학교 평양여맹학교”라며 특수학교에 대한 크리스천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역주민 공존의 장 ‘밀알학교’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밀알학교.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에서 운영하는 특수학교로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았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및 전공 과정까지 총 32학급 200여명의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는 이 학교의 설립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6년 학교 건축 공사 당시,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공사장을 봉쇄하고 현장사무소까지 점거했다. 고함치며 몽둥이를 들고 위협하는 주민들에 의해 기공식이 중단되기도 했고, 법적 소송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17년 현재 밀알학교는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교내 미술관과 음악홀, 카페 등을 연중 개방하면서 주민과 공존하고 있다.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장애 아동을 돌보는 지역주민도 많다.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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