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견제와 균형 기사의 사진
정보기관에서 문제 발생 가능성이 많은 곳이 정보의 수집과 분석 분야다. 업무가 상이한 두 부서에서 견제와 균형이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왜곡·조작·편향된 정보 판단과 결정이 나올 여지가 크다. 과거 국가정보원이 연루된 여러 종류의 게이트는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의도적으로 짜맞추는 데서 시작된다.

어느 한 사람이 수집과 분석을 총괄한다고 치자. 그러면 수집 분석 생산 판단 결정이 애당초 의도된 방향성을 갖거나,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 그래서 정보기관은 정보의 수집팀과 분석팀의 철저한 분리를 원칙으로 한다. 전체적으로 효율성은 좀 떨어질 수도 있으나, 수집과 분석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결정권자가 객관적이고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다.

참여정부 첫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은 영남 출신의 문재인, 호남 출신의 정찬용이었다. 인사수석이 없던 이전까지 공직후보군을 추리고 검증하는 업무는 오로지 민정수석실이었다. 그곳의 수집·분석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인사수석은 추천, 민정수석은 검증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인선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래서 출신지역도 그렇게 된 것이다. 정 인사수석에게 호남 출신 추천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오는 것은 인지상정이겠고, 이걸 냉정하게 걸러내는 건 문 민정수석의 임무다. 걸러내는 과정에서 이러저런 사실과 억측, 오해로 문 수석에게 서운함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겠다.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의 호남 홀대론이 나온 배경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 인사 추천과 검증에 비교적 견제와 균형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게 이 정부의 인사다. 여론조사도 그렇게 나온다. 11일에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지만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이 흠결이 걸러지지 않은 채 청문회장까지 오게 됐는지 의문이다. 청문회가 필요 없는 다른 고위공직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청와대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들어가며 이런저런 이유와 분석들이 오간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견제와 균형의 원칙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비합리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수석과 비서실장으로 4년 넘게 있으면서 인사 업무 전반을 훑어봤던 문 대통령은 뭐가 문제인지 알고는 있을 텐데….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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