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하자 헌재는 망연자실했다.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자진 낙마한 지 열흘 만에 다시 터진 악재에 헌재가 받은 타격은 더욱 컸다. 법조계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헌법적 비상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헌재는 이날 “표결 결과와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밝혔다. 헌재 관계자 입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는 탄식이 나왔다.

지난 10일 세계헌법재판회의 제4회 총회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출국한 김 후보자에게는 표결 직후 결과를 전달했다고 한다.

헌재는 지난 5월 19일 김 후보자 지명 직후 “부담이 상당하다”며 인사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 왔다. 전효숙 이동흡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 임명에 실패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많은 연구관들로 준비팀을 꾸리고 김 후보자가 처음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처럼 원점부터 모든 것을 검토했다. 김 후보자의 반대의견 논술들 중 주요한 것을 선정, A4용지 1∼2장으로 요약해 인사청문 위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야당의 계속된 반대로 김 후보자의 청문 절차 이후에도 동의 절차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지난 7월 임시국회 중에도 “동의 절차를 즉각 이행하라”고 성명을 냈지만 국회의 표결은 계속 미뤄졌다.

최근에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관계자들이 표결을 앞두고 “동성애를 옹호하는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야당 의원들에게 보내 찬반 논란이 다시 일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은 “헌법재판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부결하려면 일찍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헌재소장 공석 사태를 연장한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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