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지한 영화감독 52명 전원 ‘블랙 리스트’에 기사의 사진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가 11일 공개한 ‘원세훈 국정원’의 ‘좌파 예술인 리스트’에는 모두 82명의 유명 배우, 방송인, 영화감독, 작가, 정치평론가들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방송인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8명, 가수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8명, 배우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8명, 작가 이외수 조정래 및 정치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문화계 인사 6명 등이다. 특히 영화감독이 52명이나 됐는데, 영화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과 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 ‘박하사탕’을 만든 이창동 감독 등이 포함됐다. 개혁위 관계자는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영화감독 전부가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국정원의 ‘좌파 연예인 탄압 활동’은 2009년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로 시작됐으며, 국정원은 ‘대통령에 대한 언어테러로 명예를 실추’ ‘좌(左)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불신감 주입’ ‘촛불시위 참여로 젊은층 선동’ 등을 탄압 이유로 내세웠다.

국정원은 이들을 집요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혔다는 게 개혁위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2009년과 2011년 특정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유도했다. 또 2010년 10월에는 연예인 김모씨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주에 이메일을 보내 광고모델 교체를 시도했다. 또 특정 PD가 제작을 주도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방송대상’ 수상작에서 탈락시킬 것을 요청했고, 특정 인사를 A국제영화제 차기 위원장 후보에서 배제시켰다. 국정원은 ‘광우병 촛불집회’에 적극 가담한 연예인을 A급(15명), 단순 동조자는 B급(18명)으로 분류해 A급 연예인은 연예활동에 대한 실질적 제재조치를 시행하고, B급은 계도 조치했다.

국정원은 특히 MBC를 상대로 ‘작전’을 많이 펼쳤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진행하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했고, 김제동씨가 출연한 MBC 프로그램 ‘환상의 짝궁’도 폐지시켰다고 개혁위가 전했다. 김재철 전 MBC 사장과 MBC 노동조합이 대립하던 2010년 3월에는 MBC를 대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의 출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이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폐지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때 원 전 원장의 지시로 ‘MBC 정상화 전략’이 세워졌다. 원 전 원장은 SBS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자제를 요구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온라인에서도 이들을 상대로 한 ‘종북 심리전’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심리전의 주 내용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게시판 ‘아고라’에 특정 연예인의 교체가 당연하다는 내용의 토론글과 댓글 500여건 게재, 특정 연예인 이미지 실추 유도, 특정 연예인의 이적행위 폭로 등이다. 심리전단은 또 ‘문화·연예계 종북세력이 암적 존재’라는 내용을 부각시킨 인터넷 댓글과 이른바 ‘지라시’로 불리는 사설 정보지 형태의 문건을 적극 유포하기도 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좌파 연예인 대응TF는 2010년 김주성 기조실장 퇴임 이후 활동이 흐지부지됐고,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면서도 “박근혜정부에서의 (연예인 탄압) 활동은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혁위는 일단 원 전 원장과 ‘좌파 연예인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던 김 전 실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최승욱 정건희 김판 기자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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