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시인의 발칙한 상상 기사의 사진
‘해리포터’ 시리즈로 억만장자가 된 조앤 롤링은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한달 6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활할 정도로 가난했다. 아이에게 줄 분유가 없어 전전긍긍하면서도 그는 글을 쓰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그는 “그 시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같았다”고 회고했다.

무명작가 시절 파리에 7년간 살았던 헤밍웨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이와 함께 파리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가난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부자들이 섞여 있는 가운데 우리는 그들을 거만하게 쳐다보고 당당하게 경멸했으며 우리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썼다.

예술가들에게 가난은 창작의 모티브가 되고 영감을 주기도 한다. 작품 속에 배어나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연민을 통해 범인들은 위안을 받는 것일 터. 천상병 시인은 한 잔 커피와 두둑한 담뱃갑,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은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노래했다. 함민복 시인은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라고 읊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시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이 서울의 한 고급 호텔을 홍보해주는 대가로 1년간 객실을 요청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갑질 논란이 일자 최씨는 “거래를 제안했을 뿐”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한다”며 해명했다. 최씨는 지난해 5월에는 연간 소득 1300만원 미만의 무주택자로 근로장려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27년 전 기자 초년병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원고 청탁을 위해 동경하던 작가의 마당 깊은 집을 방문했다가 원고료를 묻는 모습에 씁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작가들이 쓴 글에 위안을 받으면서 정작 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왜일까.

이명희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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