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초강경이었던 초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었다. 반쪽짜리 대북제재인 셈이다. 이 정도로는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를 멈추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의안에는 북한이 정권을 지탱할 수 있는 수단인 ‘유류’를 처음으로 포함시키고 외화벌이 수입원인 섬유 수출 전면 금지, 북한 노동자의 해외 신규 고용 등 이전보다 진전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청와대도 직전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보다 제재 내용이 강력하고 국제사회의 공감과 전폭적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제재로 모두 10억 달러 정도의 외화 유입 차단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면적 원유 공급 중단이 빠지고 김정은에 대한 제재도 제외됐다. 미국이 마련하고 한국이 적극 추진한 초안의 결정적 제재 내용이 빠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중·러의 반대 의중은 명확하다. 김정은 체제를 약화시키거나 붕괴시킬 생각이 없고, 핵과 미사일을 현 상태에서 적절히 묶어둬 한·미·일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중·러가 김정은 정권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원유 공급을 중단할 리 없다. 게다가 중·러가 원유 공급이나 섬유 수입, 북한 노동자 고용 등을 해도 솔직히 국제사회가 효과적으로 감시하거나 제재할 방도가 별로 없다. 대북제재의 실효성 논란이 또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유엔 결의안 2375호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여덟 번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때마다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성과는 들어보지 못했다. 유엔 결의안이 종이호랑이처럼 된 이유는 제재를 실현할 수 있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회원국들이 제재위원회에 대북제재 보고를 명확히 하고 제재를 이행토록 하는 데 모든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중·러를 제외한 한·미·일의 독자 대북제재안도 필요하다. 정부가 미국에 강력히 요구해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시토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북제재에 공감하는 각국에 북한과의 무역 중단, 외교관 추방 등의 조치를 하도록 설득하는 강한 외교력도 발휘해야 하겠다. 우리가 군사적 압박과 함께 모든 외교력을 집중하는 등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국제사회의 호응도가 높을 것이다. 그래야 김정은 정권이나 중국이 반응하게 된다. 2375호 내용이 약화되는 과정에서 우리 외교력이 유엔에서 미진하게 작동한 점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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