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패러다임 전환] LH, 빚 감축액 1조로 공공임대 등 적극 투자 기사의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더 이상 빚을 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 사업 등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는 고려되지 않았고, 100조원이 넘는 부채는 방만 경영의 결과물로 평가받았다. LH는 이후 사업보다 부채감축에 주력했다. 지난해엔 주어진 부채감축 목표치 11조955억원보다 많은 13조5004억원을 상환했다.

그랬던 LH는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로부터 올해 부채를 목표보다 조금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근혜정부가 만든 2013∼2017년 부채감축 계획상 올해 15조7804억원의 부채를 감축해야 할 LH의 부채감축액은 14조8893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줄었다. 대신 정부는 LH에 정부 국정과제의 ‘전위대’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LH는 줄어든 부채감축 목표치 9000억원을 공공임대주택 확대 및 시설개선, 도시재생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LH는 이를 포함해 현 정부 임기 5년 동안 60조원가량의 공공임대주택과 도시재생사업 투자 임무를 부여받았다.

LH를 포함해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 수정안’은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시발점으로 풀이된다. 내년 정부 예산 편성 기조와 맞물려 정부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과거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골몰하는 대신 국정과제 이행과 혁신성장을 위한 적극적 투자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번 부채감축 계획 수정안에서 국정과제와 연관이 높은 공공기관들의 부채감축 목표치는 크게 낮아졌다. 중소기업 지원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올해만 모두 8000억원 규모의 추가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대신 정부는 중진공이 올해 6400억원의 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줬다. 지난해 506억원 목표치 중 77억원의 부채감축밖에 달성하지 못했지만 국정과제 달성이라는 공공성을 위해 수익성을 일부 포기한 셈이다. 정부는 비슷한 이유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철도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목표도 낮췄다.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의 허리띠를 풀지는 않았다. 자원외교 실패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올해 기존 계획보다 많은 1조1697억원의 부채를 줄여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주역이었던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지난해 1조270억원의 부채를 갚아 목표치를 초과달성했지만 올해 목표치는 9905억원에서 변동이 없었다. 정부는 석유·가스·광물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3사에 대해서는 연내 81개 해외자산 재검증을 추진하는 등 매각을 서두를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2일 “2013∼2017년 부채감축 계획이 종료되면 별도의 정부 주도 부채감축 계획은 세우지 않을 계획”이라며 “부채 걱정 때문에 국정과제 관련 투자가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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