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이해는 없고 오해만… 갈등의 강서구 “찬성”도 많다 기사의 사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맞은편 인도를 주민들이 유모차를 밀며 지나가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매일 휠체어를 들고 아이를 업어서 교실까지 데려다 줬어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없었거든요.”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안상순(53·여)씨는 딸이 지체장애 1급이라고 했다. 강서구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안씨는 딸을 초·중·고 모두 이 지역 일반학교에 보냈다. 안씨는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 했는데 일부 부모들이 만류해 어울리지 못한 적도 있다”며 “주변에 특수학교가 있었다면 아이를 그 학교로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를 만난 버스정류장 바로 옆 아파트 화단 나무에는 ‘양천구에 안 되는 지적 장애학교, 강서구 유치 웬말인가’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2명은 학교설립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가 아무리 설명해봐야 또 지역이기주의라고 보도할 것 아니냐”며 언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을 둘러싼 갈등의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장애인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 중에서도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현수막이 걸린 아파트 단지에서 아들·딸과 함께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김모(33·여)씨도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했다. 그는 “내 아이들도 장애를 갖고 태어났을 수 있다. 특수학교가 들어오는 걸 막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이들이 든 이유는 낙후된 지역에 대한 소외감,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으로 다양했다. 유모차를 밀고 있던 한 주부는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장애학생의) 부모들 마음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우리 아이가 어리다보니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옆에 있던 다른 주부는 “(발달장애인 중에) 길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춤을 추는 사람을 보면 무섭지 않냐”며 “얼마 전 덩치 큰 발달장애 학생 3명이 제 딸이 예쁘다며 다가왔는데 아이가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20년째 강서구에 산다는 이모(40)씨는 “강서구에는 이미 특수학교가 있다”며 “강서구가 양천구보다 못 살아서 그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로원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도 “여기가 힘없는 동네라 복지관에 특수학교까지 장애인시설을 몰아넣는다”며 “정 특수학교를 짓겠다면 한방의료원도 같이 지어라. 그게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 중 일부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서울에는 학교와 병원 등 339개의 장애인 시설이 있다. 송파구가 33개로 가장 많고, 강서구는 27곳으로 세 번째다. 양천구에도 18곳이 있다. 양천구에 특수학교를 건립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강서구에 짓게 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시교육청은 11일 보도자료에서 “처음 강서·양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계획하던 2013년부터 옛 공진초 자리를 예정지로 선정했다”며 “그 이전인 2010∼2012년에는 강서구나 양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역 소외감에 편승한 이들 ‘가짜뉴스’가 갈등을 더욱 부추긴 셈이다. 그런데도 갈등을 중재하고 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지역 정치인들은 우물쭈물 눈치만 보고 있다. 이곳이 지역구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립한방의료원 공약을 하고 공청회 도중 자리를 떠나 집중적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강서구청장과 이곳 기초의원들도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아예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김성진 구의원도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연구 구의원은 “이 문제 관련해 나와 상의한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며 “주민 설명회 때도 몰라서 못 갔다”고 말했다. 한명희 시의원은 “양쪽의 요구를 잘 조정해서 공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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