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식탁, 비싼 대가] 2.6㎏ 닭 키워주고 받는 돈은 고작 106원… 브라질 양계농장 르포 기사의 사진
지난 2일 브라질 파라나주 도이스비지뉴스시에서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루이스 네이 베스씨가 자신이 기른 닭을 안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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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2016년 사이 국내 소비자물가는 10.1배 올랐다. 같은 기간 달걀은 6.8배, 닭고기는 7.4배 비싸졌다. 달걀과 닭고기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 평균을 밑돌 수 있는 건 '공장식 사육' 덕분이다. 그러나 공장식 사육은 조류독감(AI)과 '살충제 달걀' 사태를 불러왔고, 동물 학대 논란을 촉발시켰다. '값싼 식탁' 아래엔 '비싼 대가'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동물학대, 환경파괴, 저임금 아동 노동 등이 그 예다. 국민일보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비싼 대가의 현장을 찾아가 '윤리적 먹거리 소비'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브라질 파라나(Parana)주 도이스비지뉴스(Dois Vizinhos)시.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루이스 네이 베스(48)씨는 흰 날개를 푸드덕대는 닭을 가리키며 “아름답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그는 요즘 틈만 나면 자신이 키우는 닭을 동영상으로 찍어 지인에게 보여준다. 베스씨의 닭들은 ‘브라질 닭’이라면 떠올리는 거대한 닭보다 조금 작다. 대신 다리를 절거나 주저앉는 일 없이 흙 위를 힘차게 걸어 다닌다.

원가는 싸게, 고기는 무겁게

베스씨는 2014년까지 21년 동안 브라질의 1위 육계업체이자 2위 육가공업체인 BRF와 계약을 맺고 닭을 납품했다. 60일 만에 닭을 2.6㎏까지 키워 업체에 넘기는 계약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10호 닭이 한 마리에 1㎏ 정도(내장 등 제거한 무게)다. 브라질의 2.6㎏짜리 닭은 특대형 육계라고 할 만하다.

베스씨는 이렇게 거대한 닭을 키우고도 한 마리 당 0.29헤알(약 106원)밖에 받지 못했다. 병아리와 사료 등을 업체에서 받는다고 해도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최소한 0.35헤알(약 128원)이 들었다. 정신 차려 보니 은행에 50만 헤알(약 1억4646만원)을 빚지고 있었다.

베스씨는 “당시에는 내가 키우는 닭이 너무 뚱뚱해서 걷지 못하는 지경이 돼도 외면해야 했다”며 “단지 최대한 싼 값으로 닭을 살찌우는 방법만 연구했다”고 했다.

베스씨는 다행히 이런 환경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2015년 BRF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어렵사리 다른 중소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젠 닭을 1.45㎏까지만 키우고 한 마리 당 0.48헤알(약 175원)을 받는다. 무게를 고려하면 BRF에서 받았던 것의 3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빚은 올해 다 갚았다. 요즘은 건강하게 자라는 닭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베스씨는 “대다수 농부들의 현실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이 산업이 이런 기형적인 형태로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기업만 배불리는 양계산업

브라질의 ‘주저앉는 닭’ 이면에는 연간 58억6031만 마리를 도축하는 거대한 육계산업이 있다. 브라질 시민단체 ‘헤포르테르 브라질(Reporter Brasil)’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육계업계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는 BRF와 JBS는 지난해 총 26억여 마리를 도축했다. 닭고기 시장의 44.36%를 두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수출로 따지면 그 비중은 더 커진다.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전체 닭고기 중 47.9%를 BRF에서 공급했다.

이들 기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정부의 집중 지원 덕분이었다. BRF와 JBS는 브라질 국영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에서 초저금리 대출을 받아 몸집을 키워왔다. JBS는 미국 필그림스프라이드(Pilgrim’s Pride)사와 브라질 베르칭(Bertin)의 식품계열사 등을 인수하면서 BNDES에서 수십억 헤알을 저금리로 대출받았다. 2009년 당시 브라질에서 가장 큰 닭고기 가공업체였던 사지아(Sadia)와 페르지가웅(Perdigao)의 합병으로 탄생한 BRF도 마찬가지다.

두 업체는 올해 정부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도 받았다.

이렇게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닭농장의 농부들은 더 가난해졌다. 대기업들은 닭고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농부들을 압박했고, 이런 대기업이 닭고기 시장을 독과점상태로 만들면서 농부들의 협상력은 약해졌다.

헤포르테르 브라질의 보고서는 “기업에서 농부에게 병아리와 사료, 약품까지 제공하면 농부들은 정해진 기간 안에 병아리를 도살하기 적당한 크기의 닭으로 키워 회사에 돌려준다”며 “기업이 닭의 무게나 관리 기술 등 모든 것을 결정하고, 돈은 사후에 지급되는데 그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원가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농부들이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2014년 12월 파라나주에 위치한 BRF 공장 앞에 농부 500여명이 모여 “계약 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 산타카타리나(Santa Catarina)주에서도 JBS와 계약을 맺은 농부들이 집회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브라질의 닭 농장 중에 ‘농장동물인도복지기구(HFAC·Humane Farm Animal Care)’에서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육계농장은 69곳 뿐이다. 이 69개 농장에서 기르는 닭은 매년 2000만 마리다. 동물복지농장에서 자라는 브라질 닭의 비중은 0.34%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브라질 파라나연방대(UFP)의 카를라 몰렌투 교수는 “닭이 학대받는 문제는 결국 대기업의 착취 구조와 연결돼 있다”며 “이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동물복지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파울루(브라질)=글·사진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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