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꼬리’에서 마주하는 황홀한 일출·일몰 기사의 사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을 찾은 여행객이 갈매기들이 앉아 쉬는 '상생의 손' 너머로 붉게 솟아오르는 해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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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는 활기가 넘친다. 호미반도 독수리 바위 일몰에서 꿈틀대는 기운이, 호미곶 일출에서는 생명력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번화가의 흔적에서 아픈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니 잊지 말자는 노력이 엿보인다.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갖춘 호미반도의 매력에 빠져보자.

신라가 건국한 지 200년이 지난 제8대 아달라왕(阿達羅王)시대. 아달라왕 4년(157년)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랑이 바다에 나가 해조(海藻)를 따고 있었다. 그때 바위 하나가 나타나 연오랑을 등에 태우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연오랑은 자신을 떠받드는 일본인들에 의해 왕으로 추대됐다.

세오녀도 사라진 남편을 찾기 위해 바닷가를 찾았다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비가 됐다. 이들이 떠나면서 신라에는 해와 달이 사라졌다. 아달라왕은 신라에 닥친 재앙이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이들에게 신라로 돌아올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부부는 직접 돌아오는 대신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냈다. 신라가 이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해와 달이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기록돼 전해오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다.

이를 바탕으로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해안에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가 조성 중이다. 약전리에서 호미곶 방향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금세 도착할 수 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일부 개방돼 포항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철로 만든 원통형 조형물이 특이하다. 하단에 3개의 다리를 가진 새(鳥)로, 태양에서 산다는 삼족오(三足烏)가 그려져 있다. 이는 ‘해맞이’라는 영일만의 유래와 관련이 있다. 인근 거북이 두 마리가 겹쳐있는 듯한 쌍거북바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바닷가 방향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일월대(바다쉼터)다. 영일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풍경이 거침없다. 탁 트인 바다가 마음을 빼앗아간다.

호미곶으로 향한다. 독특한 형태의 바위가 이어진다. 선바위, 하선대, 장군바위, 두꺼비바위 등 강풍과 거친 파도에 깎이며 저마다 이름을 얻어냈다.

호미곶에 가까워지면 ‘까꾸리계’다. 까꾸리는 갈퀴의 경상도 방언이다. 바닷물이 얕고 갯바위가 많아 밀려온 청어 떼를 까꾸리로 긁어 담았다 해 이름붙여졌다. 그 갯바위 가운데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모양의 독수리 바위가 시선을 끈다. 미동도 없이 바위에 웅크리고 앉아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풍화의 힘을 빌려 날개의 근육을 키운 뒤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는 듯 보인다.

요즘 이곳 일몰풍경이 절정이다. 해가 지는 방향과 각도가 독수리의 부리와 겹쳐 보여서다. 독수리 입이 붉은 해를 삼키는 모습이다. 독수리가 하늘로 비상할 것 같은 기운이 꿈틀댄다.

호미곶. ‘호랑이 꼬리’라는 뜻으로 한반도 남단의 동쪽 끝이다. 일출명소다. 솟아오르는 태양을 움켜쥘 듯한 모양을 가진 조형물 ‘상생의 손’이 바닷속에서 쑥 내밀고 있다. 어스름한 아침 붉은 빛의 해가 차가운 바다를 뚫고 나온다. 하늘도, 구름도 파도도 태양의 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바다마저 태울 듯 이글거리며 솟는 태양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때맞춰 갈매기들이 물결치는 파도를 장단 삼아 군무를 펼친다. 춤을 추다 잠시 쉬려고 상생의 손에 내려앉는다. 다섯 개 손가락 모두 갈매기들의 차지가 됐을 때 호미곶 일출은 절정의 풍광을 보여준다. 일출과 손의 조화는 절묘하다.

바다를 등지고 돌아서면 ‘호미곶해맞이광장’ 중앙에 또 하나의 ‘상생의 손’이 있다. 온 인류가 화합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가진 이 작품은 바다의 오른손과 땅의 왼손 한 쌍으로 돼 있다.

호미곶에서 남쪽으로 향해 구룡포해수욕장 직전 언덕 위에 오르면 전망이 빼어나다. 남쪽으로는 구룡포해수욕장, 동쪽 및 북쪽으로는 삼정리 주상절리의 그림 같은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삼정리 주상절리는 다른 지역과 달리 화산이 폭발하는 모양을 연상할 수 있는 형상이다. 용암 폭발 지점과 분출 장면이 그대로 멈춘 듯하다.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는 일제강점기에 번성한 어촌이다. 1910년대부터 일본 가가와현과 오카야마현의 어부들이 모여들면서 병원, 백화점, 요리점, 여관 등이 늘어선 번화가를 이뤘다. 조선 사람은 수탈에 굶주려야 했지만 일본인들은 호화로운 집을 짓고 부귀를 누렸다. 일본 패망 후 일본인들도 물러간 뒤 건물은 철거되거나 방치됐다. 2011년 포항시가 건물을 보수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치욕의 기억도 우리의 역사이니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구룡포공원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 양 옆에 난간처럼 늘어선 120개 돌기둥은 원래 일본인들이 세운 것이다. 구룡포항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일본인 이주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광복 이후 주민들은 기둥 위에 시멘트를 발라 덮어 버리고 거꾸로 돌려 세웠다. 1960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위한 충혼각을 세우면서 기둥 앞면에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겼다.

계단을 올라 구룡포공원에 이르면 구룡포를 상징하는 ‘용의 승천-새빛 구룡포’라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청동(브론즈) 3마리, 석재(고흥석) 6마리가 서로 어우러져 승천하는 형상이 힘차다. 조형물 너머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닻을 내린 어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여행메모
6월 개통 상주영천고속도로 이용하면 편리… 박물관·물회·모리국수… 볼거리·먹거리 풍성

서울에서 포항까지 교통편은 승용차 외에도 항공기, 기차, 고속버스 등 다양하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탄 뒤 상주분기점에서 지난 6월말 개통한 상주영천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빠르다. 포항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가다 약전교 밑에서 925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30분쯤 달리면 호미곶에 이른다.

호미곶에는 호미곶등대와 등대박물관·포항바다화석박물관을 비롯, 새천년 불씨 보관함, 이육사 청포도 시비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불씨 보관함에 3개의 불씨가 있다. 2000년에 새천년을 맞이하며 전북 부안 변산반도의 일몰 불씨, 호미곶 일출 불씨, 독도와 남태평양 피지섬의 불씨를 동시에 채화해 합한 것이다.

포항은 물회의 고장이다. 물회는 배가 고픈 어부나 해녀들이 빨리 먹기 위해 회와 고추장에 물을 넣고 말아 후루룩 먹던 음식이다. 특히 더운 날에는 슬러시 물회가 시원하고 담백해서 그만이다.

구룡포 토속음식인 모리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모리'는 '많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모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커다란 양은냄비에 아귀와 아귀 내장, 미더덕, 대게, 바다메기, 홍합 등을 듬뿍 넣고 콩나물, 파, 고춧가루, 마늘로 다진 양념장을 섞어 걸쭉하고 얼큰하게 끓인다.

구룡포항을 찾으면 싱싱한 해산물을 싼값에 살 수 있다. 호미곶에 모텔과 민박시설이 몇 곳 있다. 925번 지방도를 따라 모텔과 횟집, 레스토랑이 많다.

포항=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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