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메이드’ 톰 크루즈의 예측불가 폭풍질주 [리뷰] 기사의 사진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에서 배리 씰(톰 크루즈)이 항공기 조종석에 앉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UPI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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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이 살다간 남자가 있다. 민항기 1급 파일럿이자 미 항공사 TWA의 최연소 조종사였던 그의 평온한 삶은 순간의 선택으로 거침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만다. 1980년대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놓은 인물, 배리 씰(1939∼1986)의 실화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14일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감독 더그 라이만)는 배리(톰 크루즈)의 어느 따분한 하루에서 시작된다. 똑같은 업무, 긴장감 없는 매일,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에 배리는 점점 지쳐간다. 때마침 그를 찾아온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몬티 쉐퍼(도널 글리슨)가 건넨 파격적인 제안. 총기 운반을 도와주면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하겠단다.

공산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 정부는 공산주의에 반기를 든 니키라과 반군 세력에 무기를 제공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여기에 배리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배리 가슴 한 편에 꿈틀대던 욕망이 응답했고, 그는 그렇게 총기 밀반출에 가담하게 된다. “불법이냐”는 배리의 물음에 돌아오는 건 “국가를 위한 일”이란 대답뿐이다.

돈을 만질수록 대담해진 배리는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 카르텔과 손을 잡는다. 다량의 마약을 실어다 주고 1회 비행 당 17억원이란 거액을 받기로 한다. 현금 다발이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온다. 배리는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걷잡을 수 없게 돼버린 상황. 결국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백악관에까지 손을 뻗힌다.

영화는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가파르게 달려간다. 실존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는 스토리 상 설명적인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적절히 배치된 액션과 유머로 지루함을 다소 지워낸다. 이 영화의 묘미는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 그 자체다. 현실이라기엔 너무나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묘한 쾌감과 동시에 아찔함을 안긴다.

배리 씰을 연기한 톰 크루즈는 믿음직하게 제몫을 해낸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맨손으로 비행기에 매달린다거나 하는 숨 막히는 액션은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만의 액션 내공이 묻어나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극을 안정감 있게 끌고 나가는 힘 또한 모자라지 않다.

톰 크루즈는 배리를 “제 발로 굴러들어온 기회를 한눈에 알아본 남자”라고 평했다. 누구나 배리처럼 모험 같은 인생을 경험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어쩌면 배리는 ‘욜로(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삶의 태도)’를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실천한 인물일지 모른다. 115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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