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개혁]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도 관료화의 부작용 기사의 사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아직 논란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법 관료화 부작용의 단면으로 평가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6월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의사결정과 실행에 관여한 이들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판사들 사이에선 “블랙리스트는 존재가 불명확해도 사법 관료화의 존재는 명확하다”는 말도 나왔다.

지난 3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이 사태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다하도록 여전한 이슈가 되고 있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존재할 가능성을 추단케 하는 어떠한 정황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김 후보자의 답변에서 보듯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제의 컴퓨터를 조사하지 않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시민사회에서 컸다. 사법부 내에서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풀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였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법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추가 조사 요구를 전달했지만 양 대법원장은 ‘교각살우의 우’라며 거부했다. 지난 7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제2차 회의를 앞두고는 진상조사위에서 활동했던 한 부장판사가 ‘진상조사위원회의 제안’을 법원 내부 전산망에 게시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진상조사 기록을 본다면 진상조사위의 결론에 수긍할 것이라는 취지였는데,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진상조사위가 양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뒤 해산한 것이며, 관련 기록에 대한 아무런 관리·처분 권한이 없다고 봤다. 결국 “팔 수 없는 물건을 흥정하는 격”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에 실망한 인천지법 판사들의 사표와 금식이 잇따랐고 법원행정처 차장이 인천지법을 방문했지만 이후에도 사태는 평행선만 달렸다.

지난 12일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양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를 거부한 일까지 전부 검토하겠다”고 말해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사실상 약속했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법원행정처가 정당하게 관리·감독한 내용마저 문제시된다면 법원 내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재임용 판단 등) 절차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블랙리스트라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익을 주기 위해 사람을 조사하고 결과를 적은 문서를 블랙리스트라 한다”고 덧붙였다.

글=이경원 양민철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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