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유층 여성들 사이에서 출산의 고통을 피해 미국 병원을 찾는 원정출산 붐이 일고 있다. 부유층 여성들이 원정출산에 수천만원을 쓰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 못지않게 고통 없는 출산 때문이라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가 12일 전했다. 신문은 31세 여성 N씨의 얘기로 원정출산 이유를 설명했다.

N씨는 2012년 상하이에서 첫째 아이를 출산했다. 그녀는 “출산 때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미칠 지경이었다”며 “미국에서 고통 없는 출산을 할 수 없었다면 난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N씨는 둘째의 원정출산을 미리 결심하고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미국 비자도 받아둬 입국 의도를 의심받지 않고 쉽게 입국할 수 있었다. N씨는 “미국 시민권이 목적은 아니며 아이는 중국에서 기르고 교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선 출산 때 진통제를 투여받는 산모의 비중이 10%도 안된다. 샨시성에서는 출산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산모가 병원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숨지기도 했다.

고통 없는 원정출산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문 에이전트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팡 바바씨는 “처음에는 원정출산이 미국 대도시에 국한됐으나 수요가 많아지면서 중소 도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지난달에도 50명의 고객과 계약했다”고 전했다.

팡은 “중국 여성이 미국에서 출산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 ‘시애틀 정착기(Anchoring in Seattle)’가 2013년 중국에서 상영된 뒤 원정출산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과 달리 우리 고객들은 미국에서 100% 무통분만을 한다”며 “고객들에게 출산 비용으로 총 30만위안(약 5180만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병원에서 출산하면 의료비가 2000위안(약 36만원)에 불과하다. 중국에선 어르신들이 출산의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며 아기에게 해가 될까봐 진통제를 기피하는데다 진통제를 투여하려고 해도 훈련받은 마취 전문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중국에선 태아의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도 출산의 고통을 더하고 있다. 난징의 산부인과 의사 둥 리팡씨는 “과거엔 아이들이 3㎏ 정도였는데 요새는 4㎏ 안팎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산모는 자연분만을 더 원하지만 병원은 태아가 커지면서 가급적 제왕절개 수술을 하려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 산모의 46.5%가 제왕절개로 출산한다.

글로벌타임스는 특히 병원들은 무통분만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데다 제왕절개가 병원에 더 많은 수익이 되고 자연분만보다 시간도 적게 들어 의사들이 선호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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