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 덮친 카리브해, 강대국 지원 쏟아진 까닭은… 기사의 사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앞줄 왼쪽)이 1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카리브해의 생마르탱 섬을 방문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프랑스령인 생마르탱과 바로 옆 생바르텔레미 섬에선 어마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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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어마’가 휩쓸고 간 카리브해의 작은 섬들에 프랑스 대통령, 영국 외무장관, 네덜란드 국왕이 앞다퉈 찾아왔고 미국 대통령도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다. 서구열강 지도자들이 왜 이곳에 찾는 걸까.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피해 지역이 모두 자기네 땅이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들 열강이 여전히 해외 식민지를 통치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허리케인 어마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카리브해 생마르탱 섬에 도착했다. 프랑스 영토인 생마르탱과 바로 옆 생바르텔레미 섬에선 어마로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12억 유로(1조6220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도착 직후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수 작전으로 구호물자와 복구 장비를 실어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마크롱 정부의 노동법 개정에 반발하는 총파업 투쟁이 벌어졌는데도 마크롱 대통령은 카리브해 섬 방문을 택했다. 본국의 시위보다 망가진 해외 영토를 돌보는 게 더 중요했다는 뜻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앵귈라 섬을 방문했다. 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다. 영국군 1000명도 치안 유지를 위해 급파됐다. 병력과 구호물자는 조만간 추가될 예정이다.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은 전날 네덜란드령 신트마르턴 섬을 찾았다. 신트마르턴은 생마르탱과 같은 섬이다. 네덜란드가 남쪽, 프랑스가 북쪽을 차지하고 있다. 신트마르턴에선 어마로 4명이 숨졌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난 진짜 전쟁터도 봤는데 이런 폐허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주일 내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들 서구열강 지도자가 찾아온 섬들은 모두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확보 경쟁을 벌이며 장악한 곳이다. 열강끼리 싸워서 뺏고 뺏기기도 하고, 서로 사고팔기도 했다.

대부분 지역이 여전히 열강에 종속된 상태를 선호하고 있다. 일례로 카리브해 남쪽 네덜란드령 퀴라소에서 1993년 완전독립 여부에 관한 주민투표를 했을 때 찬성표는 0.4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 허리케인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자 많은 이들이 “왜 이곳의 구조 결정을 파리나 런던, 헤이그에서 내려야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CNN이 전했다.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정부 모두 어마에 대한 예방조치가 소홀하고 피해 발생 후 대응도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이 커지면 카리브해 지역에서의 열강들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유럽 지도자들이 일제히 이곳을 찾아온 이유도 그런 불안감 때문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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