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기본소득제·국경 없는 세상… 헛된 꿈이 아니랍니다 기사의 사진
박람강기한 재능을 뽐내는 이 책의 저자는 1988년생으로 세는나이로 따져도 겨우 서른 살이다. 하지만 이처럼 ‘어린’ 나이에 그는 이미 유럽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았다. 사유가 독창적인데다가 분석력이 근사해서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저자의 실력을 실감케 하는 작품으로 인류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면서 미래를 내다본 내용이 실려 있다.

첫머리부터 비중 있게 다루는 내용은 기본소득 제도다. 반대론자들은 말한다. 기본소득은 망상에 가깝다고. 이들은 기본소득제는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제도이니 헛되고, 수혜자들이 일을 안 할 것이니 위험하며, 소수가 다수를 부양해야 하니 사악하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주장들을 설득력 있는 필치로 차례로 격파해나간다. 영국 런던에서 노숙인을 상대로 진행한 현금 무상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수많은 사례를 열거하면서 기본소득제는 헛되지도, 위험하지도, 사악하지도 않은 제도라는 사실을 실증한다.

가령 일부 극빈층을 상대로 현금을 무상으로 지원했던 나미비아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출애굽기 16장을 깊이 들여다보라. 노예 신세에서 탈출해 여행길에 오른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늘에서 만나를 받아먹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나태해지지 않았고 만나 덕택에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국경 없는 세상을 꿈꾸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국경을 개방하면 후진국 노동인구가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자연스럽게 세계의 불평등 수준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얼마나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전한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말미에 “책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길 준비가 돼있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두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면서 이런 말을 덧붙인다. “첫째, 당신과 같은 사람이 바깥에 더욱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둘째, 낯이 두꺼워져라. 무엇이 중요한지 아무도 당신에게 명령하지 못하게 하라.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이어야 하고,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 이 책은 이처럼 강렬한 메시지를 간결하게 풀어낸 금주의 신간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