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노예의 삶 거부한 19세 소녀, 자유를 향한 처절한 여행 기사의 사진
제목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underground railroad·지하철도)’는 미국에서 노예제가 완전히 폐지되기 전인 1800년대 남부 노예들을 북부의 자유주나 캐나다로 탈출하도록 도운 점조직을 가리킨다.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이들은 흑인 노예에게 음식과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북부로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줬다. 실제 이 조직은 10만명이 넘는 노예를 탈출시켰다.

주인공은 미국 남부 조지아주 목화 농장 오두막에서 태어나고 자란 19세 소녀 코라. 어느날 농장 주인은 노예들의 생일잔치를 덮치고 억지로 춤을 추라고 명령한다. 주인은 자기 몸에 부딪힌 어린 소년 노예를 지팡이로 마구 때린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죄송합니다, 주인님!” 소년의 비명에도 가격은 계속된다.

코라는 자기보다 더 어린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소년의 몸 위로 엎드린다. 얼마 뒤 그녀는 농장의 다른 노예 시저로부터 지하철도를 따라 자유를 향한 위험한 여행을 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코라는 주저하지만 도망갔다 잡혀온 노예가 살갗이 벗겨지도록 매질을 당한 뒤 산 채로 불에 타 숨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바꾼다.

코라를 태운 지하철도가 역에 정차할 때마다 흑인 노예들의 비참함과 백인들의 인종우월주의적 광기가 그려진다. 노예제 변혁의 기운이 도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흑인을 대상으로 화학적 거세와 불임 시술을 하고 의료실험이 자행된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매주 금요일 밤마다 도망 노예를 공개 처형하고 파티를 벌인다.

시저는 코라에게 탈출을 제안한 이유를 이렇게 표현했다. “코라가 소년을 제 몸으로 막고 주인의 매질을 대신 받아냈을 때 코라는 이미 오래 전 탈출한 사람 같았다”고. 자유로운 인간으로 남기 원하는 본능이 우리를 자유를 향한 끈질긴 여정 위에 세운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 속에서 지하철도는 무형의 점조직이지만 작가는 이 철도를 실재하는 지하철도로 그린다. ‘리얼리즘과 픽션의 천재적 융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처참한 이야기이지만 노예와 노예사냥꾼의 추격전 형식을 띠고 있어 읽는 내내 긴장되고 흥미진진하다. 문장은 이 이야기에 어울리게 짧고 박진감 넘친다. 콜슨 화이트헤드(48)는 이 책으로 24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도서상과 퓰리처상을 함께 받은 작가가 됐다.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알기 위해 읽어야할 소설 목록이 있다면 맨 위에 올려질만한 책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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