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색깔 없는 대학 기사의 사진
대학 심벌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지난 11일부터 전국 각 대학이 일제히 수시모집에 들어갔다. 대학 특색이 약하다보니 수험생은 일부 지방 거점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도권 대학으로 몰린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대학 색깔이 비교적 분명했던 때가 있었다. 공대, 상대, 미대, 인문대와 같이 특화된 명문대학들이 언제부터인가 백화점처럼 다양한 학과를 개설하고 서열 중심으로 바뀌었다. 양적 팽창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 대학은 특유의 색깔이 점점 약해져버렸다.

학문연구와 인재양성이 대학의 핵심 이념이다. 대학 심벌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색깔을 가진 건학 이념을 담고 있다. 가장 흔한 파랑 계열의 대학 심벌은 바다와 하늘의 색으로 젊고 지적인 이미지를 준다. 그래서 학문 탐구와 진리, 영원한 발전을 상징한다. 파랑은 대학이 지향하는 지성에 안성맞춤이다.

활기와 정열을 상징하는 붉은색 계열은 진취적 기상과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최근에 심벌을 새롭게 도입한 대학들은 초록이나 오렌지 같이 다양한 색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는 이념을 강조하기도 한다.

200여개가 넘는 4년제 대학만 해도 물량 면에서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급속한 출산율 저하로 이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수익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사립대학은 생존이 우선이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받아야 하는 운명에서 인기 없는 학과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스스로 색깔을 가진 경쟁력을 만들지 못한 대학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취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과 문화를 열어가는 예술 분야 그리고 미래의 뿌리인 기초과학은 찬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학 중심으로 운영하는 우리나라 대학이 각자의 색깔로 특성화를 이루는 길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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