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6일 취임 100일을 맞으면서 논란이 이는 경제현안들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는 등 주도권을 다잡으려 하고 있다. 경제정책의 수장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정책의 혼선을 방지하고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김 부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상해야 한다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내년 이후 속도는 상황을 보며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오르면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기조라 할지라도 속도조절을 하거나 부작용을 염두에 두겠다고 한 것이다. 최저임금은 인상 폭과 속도를 두고 찬반이 첨예하게 맞선 사안이다. 경제부총리가 현실을 감안해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으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세다.

김 부총리는 또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 “100% 일괄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초래하는 후폭풍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문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다소 차이가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특히 증세문제는 기재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논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김 부총리의 잇따른 소신 발언은 경제 전문가로서의 책임감과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의 설익은 경제정책을 액면 그대로 떠안고 가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시장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로서는 현실성이 부족한 정책이 낳는 역기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 부총리는 예산실장을 지낸 재정전문가다. 한국경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췄다. 경제에 관한 한 청와대와 여당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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