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홍관희] 김정은의 광적인 핵 질주 기사의 사진
북한이 유엔 결의 3일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또 발사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질주에 가속도가 붙어 거칠 것이 없는 형세다. 6차 핵실험 성공 이후 북한의 대남 태도가 돌변하고 있다. 이제, 핵미사일이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만능 열쇠”라며 핵전쟁 무력통일용임을 숨기지 않는다. 남한에 미군 철수를 위한 “반미·반전 투쟁에 나서라”고 선동하는가 하면, 미국에는 “한반도에서 발을 빼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북 직접담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핵미사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김정은의 심중에 무력통일 망상이 자리 잡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정신의학박사 장경준은 저서 ‘김정은의 정신세계’에서 김정은의 정신 병리(病理)를 ‘적대적 반항 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로 분류한다. 이는 한반도 기존 질서에 정면 도전하면서 공격적으로 현상을 타파하려는 김정은의 강한 욕구를 가리킨다. “나의 통일관은 무력통일이며, 직접 탱크를 몰고 서울로 진격하겠다”는 호전적 발언에서 그의 공격성을 엿볼 수 있다. 김정일이 김일성과의 대화 도중 “조선이 없는 지구는 폭파해버리겠다”고 폭언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핵미사일을 손에 넣은 김정은은 앞으로 어떤 동기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가? 북한 권력구조상 현재 김정은의 독주에 도전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전무하다. 한때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 健二)는 2016년 4월 북한 방문 당시 김정은이 “전쟁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미국이 생트집을 잡는다. 울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말은 김정은의 본심일 수도 있고, 핵개발 동기를 미국 탓으로 돌리려는 위장 전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김정은의 핵미사일 의사결정이 지극히 충동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형성된 반사회적 공격성이 적대적 반항 심리로 발전한 결과일 것이다.

6차 핵실험 이후 김정은은 한반도 ‘게임 체인저’의 위치에서 한손에 핵무기를 들고 다른 한손에 ‘우리민족끼리’와 ‘자주·반미’ 슬로건으로 남한을 협박·회유하는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정은과 같은 성격 장애자가 한반도 핵전쟁을 도발할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섬뜩하다. 김정은은 지난 15일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에 “끝장을 보겠다”고 했다. ‘전부 아니면 무(all or nothing)’를 추구하는 김정은 방식의 통일 핵전쟁 로드맵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일시적인 긴장 고조나 위기 국면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김정은의 광기에 직면해, “북핵은 자위용”이며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남북평화를 위협한다”는 대통령의 현실 진단은 안이하다. 핵 없이 재래식 무기로 북핵을 막겠다는 것은 군사 전략·기술상 불가능하며, ‘달걀로 바위치기’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에 집착한 나머지, 북한의 핵보유라는 오늘의 현실에 맞는 책임 있는 안보전략을 내놓지 못할 때, 국민들은 좌절과 분노에 빠져들 것이다. 일본에선 핵무장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칫 한국만이 동북아에서 비핵 외톨이가 되어 북한과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12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기대했던 바의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결정적인 북한 응징에 늘 반대하는 중·러의 ‘한반도 비핵화’ 주장 속에 북한을 앞세워 한·미를 견제하려는 노림수가 있다. 한국을 북한의 핵인질로 만들어 평화를 구걸하는 ‘약체’로 남겨두어야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주 전술핵 재배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은 천금의 기회였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문재인정부가 북핵 위기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와 국민의 문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