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우성규] 가계부채 1400조원 기사의 사진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6월 말 기준으로 공식 집계한 가계신용은 1388조2914억원이다. 가계신용은 집집마다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에 신용카드 미결제금액인 판매신용까지 합친 액수다. 분기마다 발표한다. 별도 속보치를 집계하는 금융감독원은 7월과 8월 가계대출이 각각 9조5000억원, 8조8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미 1406조원이다.

8·2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고강도 억제책으로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이번엔 은행의 신용대출이 폭증했다.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며 한 달 만에 1조원 넘는 신용대출 실적을 올리자 시중은행 역시 대출 한도 확대와 금리 인하로 맞대응했다. 하반기엔 또 아파트 분양 물량이 상반기의 곱절이다. 집단대출이 따라가는 구조여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다.

1400조원은 체감하기 힘든 돈이다. 당신이 한국은행 총재라고 가정해보자. 돈 찍는 기계 앞에서 총재가 1만원권 지폐에 직접 직인을 찍는 수고를 보인다면, 그 돈 다 가계부채 갚는데 쓰도록 허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원래 지폐에 직인 찍는 건 자동화 공정이지만 가계부채로 근심 많은 총재인 만큼 이런 꿈을 꿀지도 모른다. 물가 부작용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1초에 1장씩 1만원권을 찍어 가계부채를 갚는다면 과연 얼마나 걸릴까.

17분 정도 지나야 1000만원 모인다. 12일 후 처음으로 100억원 정도 갚는다. 1조원은 한은 총재 3년 임기를 가뿐히 넘기며 1200일 걸린다. 1400조원 다 찍으려면 4600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조선 반만년 역사를 되짚어야 가능한 일이다. 1400조원은 그렇게 많은 돈이다.

가계부채는 2014년 하반기부터 폭증했다. 이주열 총재 취임 직후인 2014년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이래 지난해 6월까지 다섯 차례 금리를 내렸다. 그 사이 가계부채는 3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가 또다시 미뤄졌다. 8·2 대책 후속으로 도모하다 9월을 말하더니 이번에는 북핵 리스크 등을 이유로 10월을 계획하고 있다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밝혔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규제에 넣느냐 마느냐 정도는 지엽말단이다. 몸통은 금리 인상인데, 경기가 문제다. 이러다 경기 살아날 때까지 부채 대책 발표가 계속 연기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글=우성규 차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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