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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소년법 개정… “잔인함에 응당하게” vs “예방책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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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과 강릉 여고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부산 여중생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자 시민들의 공분은 커졌다. 현행 소년법이 만 14세 미만에 대해 형사처벌을 금지하고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에 대해서는 최대 20년으로 형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만 12세로 낮추거나 살인 등 강력범죄의 경우 감형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소년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졌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 청원과 제안’에 소년법 폐지를 청원한 사람이 25만명에 달했다. 그러자 정부도 소년법 개정 등을 포함한 범부처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년법 폐지론자들은 “청소년 범죄와 학교 폭력이 날로 흉포화하는데 법이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미성년자를 무작정 교도소로 보낼 경우 성인 범죄자를 양산할 뿐 범죄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년법 개정안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 이래서 찬성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잔인한 범죄 처벌에는 나이 고려할 필요 없다


범죄 억제를 위해 형벌의 양을 늘리는 중형주의 형사정책은 쉽고도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이는 법정형의 숫자를 바꾸거나 더 중한 처벌을 가능케 하는 특별법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년범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인도적이고 경미한 제재 수단을 가하는 것이 범죄학에서도 가장 합리적인 이론이다. 그래서 소년법의 폐지나 강화 방안은 논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하고 극악한 방법으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소년이라는 이유로 지금과 같은 정도의 형벌이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소년법의 취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소년의 건전한 육성이다. 즉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해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청소년 범죄자의 교화 가능성을 든다. 소년법은 19세 미만을 소년으로 규정하고,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소년보호 사건의 대상으로 본다. 이는 소년범에 대한 중형을 제한, 교화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조건부 기소유예’로 처벌하지 않거나 소년보호 사건으로 분류돼 화해 권고, 보호관찰, 수감명령 등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거에 비해 청소년 범죄의 죄질이 악랄해지면서 소년법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미 외국의 입법례는 소년범 처벌을 점차 강화해가는 추세다. 가해자가 소년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소년범죄의 처벌을 도외시한다면 소년범죄 문제는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처벌이 경미한 소년법 외에 사회문화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 억제력 측면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범죄에는 응당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근 일어난 청소년 범죄의 유형을 살펴보면 그 정도는 성인 이상으로 지나치다. 강릉 여고생 사건 가해자들은 또래 학생을 무려 7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했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경우는 피해자를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했다. 청소년이 저질렀다고 상상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였다. 이전에는 생각지 못한 끔찍한 범죄이거나 범죄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

2016년 범죄백서를 살펴보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 저지른 강력범죄(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 비율이 2012년 12%에서 2016년도에는 15%로 빠르게 확대됐다. 교화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도입된 소년법이 오히려 청소년 범죄자의 처벌 탈피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소년범에게 무조건적인 보호만을 적용할 수 없다.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는 나이에 관계없이 형사처벌하고 민생범죄에 대해선 형사미성년 연령을 조금 높이는 식으로 형사미성년 연령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에 대한 보호특칙으로서 소년법 제정 취지마저 폐지하기보다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소년전담 법원을 두고 환경 조사와 임상분류 심사를 토대로 양형을 정하도록 하며, 소년교도소의 처우와 환경도 청소년에 맞게 전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력 소년범 증가에 대응해 현행 사법 처우에 대한 재인식과 새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기다. 소년범죄에 대해 형사정책적 진단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국민의 법 관념도 살펴야 할 것이다. 형벌의 가중이 범죄 억제력에 실제 효과가 적다는 주장도 있지만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중함에 비례하는 형벌이 필요하며, 확실한 처벌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대 복지국가의 법과 제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범죄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 정책을 바꿔야 한다. 이번 사건과 논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소년법의 관용이 가해자에게는 행운의 시간이고 국가에는 무심한 시간이지만 피해자에게는 엄청난 고통의 시간임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래서 반대

김광민 부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 소장 겸 변호사

범죄 예방책 강구 중요… 엄한 처벌 능사 아니다


연이어 발생한 초등학생 살해 사건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많은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잠겨야 했다. 드러난 맨살이 피로 범벅된 사진을 목격한 순간의 충격은 지금도 온전히 표현할 형용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청소년 범죄를 접해 왔음에도 이 정도이니 일반 국민들이 받았을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여론이 들끓었고, 국회는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 미성년자에게도 사형과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처벌이 낮아 소년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며 ‘소년법’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른 14세부터 18세의 소년(범죄소년), 범죄를 저지른 10세부터 13세 소년(촉법소년) 그리고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10세 이상의 소년(우범소년)에 대한 형사사법 절차를 규정한다.

그러나 ‘특강법’과 ‘소년법’ 개정은 많은 부분이 왜곡된 정보와 격앙된 감정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 졸속 개정마저 우려된다. 우선 ‘특강법’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조차 없다. 설사 통과된다 하더라도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능력이 완전하지 못하고 교화 가능성이 큰 미성년자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하자는 주장은 신중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 중 미성년자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를 금지하고 있다(제37조). 우리나라 역시 비준해 1991년부터 협약이 적용되고 있다. 미성년자에게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하겠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소년법 적용 연령 하향 조정은 처벌의 측면에서만 논의될 수 없다. 소년법은 민법상 미성년자와 동일한 만 18세 이하 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소년법 적용 연령은 몇 세부터 범죄에 대한 온전한 책임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의 문제다. 결국 몇 세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권리능력을 부여할지에 대한 논의다. 그렇기에 논의는 민법상 미성년자나 선거권 등 연령에 따라 권리능력을 제한하는 모든 규정이 포괄돼야 한다. 때문에 처벌에 한정된 작금의 논의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은 근거가 전혀 없다. 대검찰청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5년 소년 형법범죄에서 촉법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강력범죄에서의 비중 또한 0.1%로 13명에 불과했다. 최근 일련의 강력범죄는 사실상 촉법소년과 무관하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단순 범죄를 저지른 0.1%를 처벌하기 위해 소년법과 형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으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자’는 소리와 다름없다.

특강법을 포함해 소년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소모적 논쟁에 불과하다. 학계에서는 처벌 강화에 범죄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한국은 2010년 유기징역의 상한을 25년에서 50년으로 2배나 강화했다. 그러나 강력범죄(흉악) 발생률은 오히려 2010년 55.7%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에는 68.2%에 달했다. 성인과 달리 소년에게는 처벌 강화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충동성이 높다는 소년범의 특징을 고려해본다면 오히려 반대일 것이다.

소년법 개정을 주장하며 흔히 “요즘 애들은 우리 때와 너무나 달라” “요즘 청소년 범죄는 조폭이나 다름없어”라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 때와 다르다고 하기 전에 우리가 더욱 청소년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주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한국사회에서 과연 그들이 잔인해지지 않을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으면서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잔혹해졌다며 비난할 수는 없다. 진정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면 효과도 없는 처벌 강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범죄 재발을 방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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