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류길재] 한·미동맹 강화가 최우선 순위여야 기사의 사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가속화하고 있다. 8월 29일과 9월 15일 일본 열도 상공을 넘겨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거리는 2700㎞에서 3700㎞로 늘어났다. 다음번에는 더 멀리 날아가는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그 사이 수소탄 핵실험도 감행했다. 북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핵·미사일을 곧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역량이다. 물론 북한 스스로 공언하고 있으니, 의문의 여지가 없고, 그렇게 되는 데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 있겠지만, 그것을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돼 버렸다.

과거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도 이제는 부질없는 짓이 되었다. 반성을 해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범한 교훈도 그다지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우리 안에서, 또 국제 사회 안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시각과 방법론을 놓고 자중지란을 벌였던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북한이 핵·미사일을 보유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가 더 큰 원인일 것이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로 보면 북이 핵·미사일을 보유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반도 상의 군사력 불균형에 기인한다. 중국과의 동맹은 믿을 수 없는 반면 한·미 동맹은 워낙 강하다. 북이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한·미의 군사력을 당할 수 없다. 만일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상황이 벌어지면 북한은 지도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핵은 북의 안보적 억제력으로 필요하다. 나아가 북 주도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델로 보면 북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북의 핵미사일이 어디든지 날아간다면 그것은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상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단 두 차례 폭발했던 핵무기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무기가 돼 버렸다. 1969년 중·소 국경에서 양국 군대가 충돌해 1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핵전으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핵보유국 간에도 군사적 분쟁이 재래전으로 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물론 현실은 합리적 행위자 모델로만 추론될 수 없다. 또한 북한의 행동만이 변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북한이 사거리를 늘려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급기야 핵탄두를 탑재해서 태평양 상공에서 핵·미사일 폭발 실험을 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도 그런 실험을 한 적이 있으므로 미국이 이를 용인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상공을 가로질러 넘어가는 그런 실험을 일본은 계속해서 용인할 수 있을까.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의 우선순위를 생각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한가한 말이다. 지금은 이 문제가 몰고 올 의도하지 않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역시 최우선 순위는 한·미 동맹의 강화다. 동맹 강화의 핵심은 신뢰에 있다. 긴밀한 소통, 일치된 공조, 물 샐 틈 없는 협력을 보장하는 것은 신뢰다. 그 신뢰는 상대방의 이익을 존중하는 것이고, 동시에 내 이익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서 나온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과 절차는 진정성에 기반해야 한다.

예컨대 사드 배치에 대한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의 태도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그것이 미국의 미사일방위체계(MD)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군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얘기가 나왔을 때 좀 더 진지하게 나섰어야 했다. 한·중 관계 악영향이나 국내의 반대 여론을 의식하여 뒤로 미루거나, 피해 나가는 행동은 미국을 포함해서 모든 당사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 북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접하고서야 갑작스럽게 배치 결정을 내린 태도는 한국은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이든 미국에 대한 불신을 깔고 있다. 전자는 미국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기까지 한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동맹은 없다. 미국이 언젠가는 한반도에서 물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맞는 것인지 제대로 따져 보지도 않은 채 미국이 물러나게 된다면 우리 외교는 철저하게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한·미동맹을 진정한 동맹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문 대통령도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유엔 총회에 참석하고,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는 문 대통령이 가져야 할 태도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정성에 기반한 신뢰의 구축이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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