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119산악구조대 기사의 사진
이달 초 혼자 설악산 종주 산행을 갔다가 조난을 당했다. 남교리에서 올라가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한 뒤 공룡능선을 지나 설악산소공원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사달은 둘째 날 터졌다. 대청봉에서 해맞이를 한 후 중청서 오전 8시10분쯤 출발했다. 희운각대피소를 거쳐 공룡능선을 탔는데 험준한 코스에 자꾸 발걸음이 늦어졌다. 동네 뒷산을 자주 올라 기본체력이 좋아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마등령삼거리를 지나 내려오는 길에 날이 어두워졌다. 헤드랜턴은 전날 야간산행으로 배터리가 소모됐는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스마트폰 배터리도 간당간당했다. 야밤에 산 속에 갇혀 헤매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고 그 순간 119가 떠올랐다. 조난신고를 마치자마자 스마트폰은 완전히 방전됐다. 통신이 끊기니 막막했다.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어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고 700∼800m를 내려오니 아래서 불빛과 말소리가 들렸다. 설악119산악구조대가 올라온 것이었다. 출동한 대원은 4명이었다. 그들이 비춰주는 랜턴 불빛에 의지해 비선대까지 내려왔고 대기하던 차량을 타고 설악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비선대 하행길은 랜턴 없이 야간산행하다가는 낙상사고 당하기 쉬운 가파른 돌길의 연속이었다. 구조대가 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소방청은 전국에 8개의 산악구조대를 운영하고 있다. 1997년 2월 순천소방서 소속의 지리산119산악구조대가 시초고 99년 설악구조대가 출범했다. 이후 2006년 함양·산청 지리산구조대, 2012년 서울 도봉산·북한산·관악산구조대, 2014년 광주 무등산구조대가 차례로 문을 열었다. 8개 산악구조대 대원은 총 82명으로, 3∼4명이 조를 이뤄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9134건의 산악사고가 접수돼 7660명이 구조됐다. 사고유형은 실족·추락 및 조난 3999건(40%), 심장질환 및 탈진 등 개인질환 1074건(11.8%)이다.

단풍철이 다가온다. 오는 27일 설악산 첫 단풍을 시작으로 전국의 산들이 차례로 물들어 가면 명산마다 인파가 넘쳐 날 게다. 산을 즐기는 건 좋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산행코스는 체력의 80%정도를 소진할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필자처럼 의욕만 앞서 무리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점점 해가 짧아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글=라동철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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