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사태에 미지근한 WCC 성명… 복잡한 기독교계 시선 왜?

로힝야족 사태에 미지근한 WCC 성명… 복잡한 기독교계 시선 왜? 기사의 사진
로힝야족 난민들이17일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발루칼리 난민 캠프에서 구호품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제위원회는 방글라데시교회협의회(NCCB)와 공동으로 로힝야족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AP뉴시스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지난 16일 세계교회협의회(WCC)가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발표한 입장문 일부다. 최근 들어 미얀마군이 미얀마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인종 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는 가운데 국제 기독교 기구들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

WCC가 발표한 성명서에는 “로힝야족은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폭력과 파괴를 종식시켜야 하고 누구라도 국적과 종교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말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간 유혈사태가 고조되기 시작한 이후 20여일 만에 처음 나온 성명서라고 보기엔 미흡하다는 평이 많다. 특히 WCC는 2013년 부산에서 열린 10차 총회 선언서 등을 통해 “세계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며 로힝야족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언급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국제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기구인 WCC가 불교국 미얀마와 이슬람계인 로힝야족의 대치 속에서 미얀마 교회들의 입장을 배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에큐메니컬계 관계자는 18일 “WCC가 고작 ‘우려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냈다는 건 로힝야족 학살에 대해 책임 있는 대책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면피하려는 느낌이 강하다”면서 “(침묵하고 있는) 아웅 산 수지 여사를 향해 일침을 해야 하지만 이 또한 빠져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WCC가 수지 여사와의 오랜 친분으로 인해 ‘수위조절’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WCC의 성명서에는 ‘미얀마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수지 여사가 이번 사태를 묵인하고 있다’는 주류 언론들과 인권단체들의 지적이 쏙 빠져 있다.

다음 달 미얀마에서 아시아선교대회를 열기로 하고 수지 여사를 초청한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로힝야족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수지 여사의 방문 자체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 게다가 미얀마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피하려는 미얀마교회 관계자들이 CCA에 아시아선교대회에서 로힝야족 사태를 다루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CCA 총무를 지낸 안재웅 다솜이재단 이사장은 “미얀마 교회들이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는 건 이해되는 부분”이라면서 “하지만 학살이 벌어지는 미얀마에서 아시아선교대회가 열리는 만큼 CCA가 이에 대한 지적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제위원회는 방글라데시교회협의회(NCCB)와 공동으로 로힝야족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NCCK는 NCCB를 통해 로힝야족에게 비상식량과 의약품, 긴급구호금 등을 전달하기로 하고 전국 교회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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