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나데시코 기사의 사진
나데시코는 패랭이꽃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예의 바르고 강인한 정신력을 갖춘 일본 여성을 비유할 때 쓰인다. 냇가 모래밭 등 건조한 곳에서 자라는 패랭이꽃의 속성에 빗댄 것이다. 일본의 옛 이름 중 하나인 야마토(大和)를 앞에 붙여 ‘야마토 나데시코’라 칭하기도 한다. 일본의 고대 시가집인 만엽집에서부터 청초함, 순진함, 우아함의 상징으로 일본 여성의 미덕을 나타낼 때 자주 비유됐다.

사무라이 남성 위주 문화에서 전통적인 일본 여성상은 정숙하고 복종하는 모습이다. 기모노를 입고 종종걸음을 하는 일본 여성들 모습은 자유분방한 서양 여성과 대비된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메이지 유신 이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도 일본 여성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고 남편 말에 순종하는 현모양처 이미지였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일본 여자축구협회 애칭이 나데시코 재팬이다.

일본에서 여성 전용 공동묘지가 늘고 있다고 한다. 2014년 사이타마현에 있는 절 묘코지 안에 만들어진 여성 전용 묘지 나데시코에는 이혼한 어머니를 자식이 의뢰해 안장하거나 남편 몰래 아내가 예약한 경우도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했다. 남편이 먼저 떠난 뒤 시댁과 인연을 끊기 위한 ‘사후 이혼’도 늘고 있다. 죽어서라도 남편이나 시댁과 떨어지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부장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나라 남자들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졸혼이란 말이 처음 쓰인 곳도 일본이다.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몇 해 전 명절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며느리 넋두리’란 시가 유행한 적이 있다. ‘얼굴 못 본 니네 조상 음식까지 내가 하리/며느린가 일꾼인가 이럴려고 시집 왔나’ 노후에 ‘삼식이’(집에서 하루 세끼 밥만 축내는 남편)로 구박받다가 사후에 무덤 밖으로 쫓겨나지 않으려면 이번 추석부터라도 달라져 보는 건 어떨까.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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