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텀블러 기사의 사진
26세 회사원 S씨. 그가 여느 직장인처럼 출근 시간에 가는 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잠실역이었다. 그러나 하는 일은 달랐다.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들을 노렸다. 대상을 정하면 집요하게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눌렀다. 지난 7월부터 이달 초까지 반복된 아침 일상이었다. 촬영한 동영상을 25초 분량으로 편집했다. 제목은 ‘업스’였다. 업스커트의 준말로, 치마 속 신체를 촬영한 몰래카메라 영상이다.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휴대전화에는 70여개의 동영상이 있었다. 동영상을 올린 곳은 ‘텀블러(tumblr.com)’다.

텀블러는 개인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려 친구와 공유하는 서비스다. 트위터처럼 이용자끼리 팔로할 수도 있고, 폐쇄적인 운영도 가능하다. SNS와 일반 블로그의 중간 형태다. 2007년 당시 21세였던 데이비드 카프가 만들었다. 2012년 광고서비스를 시작해 1년 만에 13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 야후에 11억 달러(약 1조2292억원)에 인수됐다. 이용자가 1억1700만명에 이른다. 모바일에 강점이 있어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다.

텀블러는 가입 절차가 간단하다. 이메일과 생년월일, 성별을 입력하면 된다. 나이도 임의로 설정 가능하다. 성인 확인 절차도 없다. 이렇다 보니 음란물이 넘쳐났다. 지난해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였던 소라넷이 폐쇄된 풍선 효과도 작용했다.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 요구는 9477건으로 전체의 17%였다. 이땐 트위터가 1위였다. 그런데 지난해엔 5배나 폭증한 4만7480건으로 전체의 58%였다. 올 상반기에도 전체 3만200건 중 2만2468건으로 74.4%에 달했다. 국내 음란물 유통의 최대 창구로 자리잡은 것이다.

불법음란물이 미성년자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텀블러는 미국 법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현재로선 제재 수단도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순 없다. 기업의 자구 노력에만 맡겨선 안 된다. 독일 연방의회는 최근 SNS업체들이 유해성 게시물을 발견하고도 24시간 내 지우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네트워크시행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도 규제보다는 처벌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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