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컨슈머리포트-들기름] ‘들기름계 신인’ 샘표, 대선배들 제치고 1위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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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황금연휴 시작이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추석은 ‘더도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할 만큼 먹을거리가 풍성한 때다. 사시사철 먹을거리가 풍부한 요즘이지만 추석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상차림에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우리 고유의 명절이니 할머니들의 손맛을 살릴 수 있는 조리법으로 음식의 맛을 돋워보는것이 좋을 듯하다. 한국외식조리직업전문학교 김경분 교수는 24일 “식용유가 없던 옛날에는 나물을 무칠 때는 물론 전을 굽거나 볶을 때 들기름을 썼었다”면서 “풍미가 뛰어나고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건강에도 좋은 들기름으로 추석음식을 해보라”고 권했다. 국민컨슈머리포트는 할머니의 손맛을 살리는 데 도움을 될만한 들기름의 맛과 품질을 평가해보기로 했다.

5개 브랜드 들기름 평가

참기름이 지배하던 국내 전통기름 시장에서 들기름은 2013년부터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2015년 초 들기름 주성분인 오메가3가 치매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일본의 TV 프로그램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들기름의 인기가 치솟기도 했다. 올리브 오일처럼 아침에 한 스푼씩 먹는 사람들이 생겨났을 정도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들기름을 평가해보기 위해 시장점유율 상위 브랜드를 먼저 알아봤다. 시장 조사 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6년 기준 CJ제일제당이 점유율 33%로 1위였다. 2위는 오뚜기(25%), 3위는 사조(10%), 4위는 PB(3.6%), 기타(28.4%)였다. 들기름은 농협과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직접 짜서 판매하는 제품이 많아 기타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이번 평가 대상은 1∼3위 제품과 주부들이 장보기를 많이 하는 이마트몰에서 최고가와 최저가 제품을 골랐다. 우선 시장점유율이 높은 CJ제일제당 백설의 ‘건강을 생각한 고소한 들기름’(300㎖, 4980원), 오뚜기의 ‘향긋한 들기름’(320㎖, 4980원), 사조해표의 ‘딱 한번 짠 참 진한 들기름’(320 ㎖, 4980원)을 골랐다. 이마트몰에서 제품을 구입한 18일 기준 ㎖당 최고가 제품은 올가림의 ‘황금생들기름’(250㎖, 6만원)이었다. 최저가 제품은 오뚜기와 사조해표여서 식품전문 브랜드 제품인 샘표의 ‘일편단심 들기름’(200㎖, 4780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5개 제품 중 황금생들기름만 볶지 않고 압착해서 짠 생들기름이고 나머지는 볶은깨로 짠 들기름이었다. 두 가지 제품의 장단점이 있어 구분하지 않은 채 비교해보기로 했다.

색감 향 점도 풍미 4개 항목 상대 평가

들기름 평가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한식당 무궁화에서 진행했다. 무궁화는 롯데호텔 서울 본관 38층에 위치해 북한산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여 경관이 빼어나다. 이 식당에서는 한국 정통 반가 음식의 한정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모던 코리안 퀴진을 선보인다. ‘우전차 명인 28호’인 김동곤씨가 엄선한 한국의 고급 명차 10여 종을 전통차 전문 ‘티 소믈리에’가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평가는 무궁화의 양금옥 백종화 김세환 조리장과 이 호텔의 뷔페식당 ‘라세느’에서 한식을 담당하고 있는 전민경 전영진 셰프가 맡았다.

들기름 평가는 색감, 향, 점도, 풍미를 비교 평가한 뒤 이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이어 원료와 영양구성에 대한 세부평가를 했다. 원료와 영양구성을 따로 평가하지 않은 것은 영양구성의 경우 브랜드별로 큰 차이가 없어서다. 가격을 공개한 다음 최종 평가를 했다. 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제일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했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고 맛이 섞여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5개의 컵과, 25개의 종지, 30개의 스푼이 사용됐다. 우선 브랜드를 감추기 위해 <1>∼<5> 번호표가 붙은 투명컵 5개에 각각 들기름을 담아 내갔다. 평가자 개인 그릇은 색감의 차이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얀 사기 종지를 썼다. 평가자들 앞에 놓인 5가지 들기름의 색감은 한눈에 봐도 크게 차이가 났다. 연한 황금색부터 진한 갈색까지 제각각이었다.

셰프들은 ①∼⑤ 번호표가 붙은 개인접시에 들기름을 옮겨 담으면서 색감을 보고 향을 맡아봤다. 또 들기름 한 꼬집, 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맛을 비교 평가해나갔다.

시장 점유율 낮은 신생브랜드가 1위

들기름 평가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올해 초 출시해 시장점유율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샘표의 ‘일편단심 들기름’(24원, 이하 ㎖당 가격)이 1위를 했다. 최종 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4.0점, 맑은 황금색이었던 일편단심 참기름은 색감(4.4점)과 풍미(4.2점), 점도(3.4점)에서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4.4점)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산 들깨를 사용하고 가격도 두 번째로 비쌌지만 최저가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서인지 최종평가에서도 1위를 했다. 전민경 셰프는 “색감과 향이 좋고, 맛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 요리할 때 다른 재료의 풍미를 살려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2위는 시장점유율 3위인 사조해표의 ‘딱 한번 짠 참 진한 들기름’(16원)이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3.4점. 색감(3.8점), 향(3.4점), 점도(3.2점)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고 풍미에선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3.6점)에서 2위를 했다. 중국산 깨를 쓰긴 했으나 평가 대상 중 제일 저렴했던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서 2위를 자리를 지켰다. 백종화 셰프는 “색감도 지나치게 진하거나 옅지 않고 고소한 맛이 좋다”고 평가했다.

시장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 백설의 ‘건강을 생각한 고소한 들기름’(17원)은 3위에 머물렀다. 최종평점은 3.2점. 향(4.0점)과 점도(3.4점)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색감(3.6점)과 풍미(3.6점)에서 3위를 하면서 1차 종합평가(3.5점)도 3위에 머물렀다. 전영진 셰프는 “들기름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어 대중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4위는 올가림 ‘황금생들기름’(240원)으로, 최종평점은 2.4점. 색감(2.0점)과 향(2.4점), 점도(2.8점)에서 4위, 풍미(1.4)에선 최하점을 기록하면서 1차 종합평가(1.8점)에서 4위를 했다. 그러나 성분 평가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국내산 유기농 들깨를 원료로 썼고 식물성오메가 3 함량도 가장 높았던 이 제품은 5.0점 만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저가 제품보다 15배 이상 비쌌던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지는 못했다. 김세환 셰프는 “향 맛 모두 약했으나 성분과 원료 공개 후 다시 보게 됐다”면서도 “가격이 너무 비싸 쉽게 사먹기는 힘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셰프들은 이 제품이 볶지 않은 생들기름이란 점에서 건강을 위해서 들기름을 생식하거나 들기름의 향이 싫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생들기름은 들깨를 볶지 않고 압착해서 짜기 때문에 향과 풍미가 약하지만 깨를 볶을 때 생길 수도 있는 발암물질 벤조피렌에 대한 염려가 전혀 없는 게 장점이다.

5위는 시장점유율 2위인 오뚜기의 ‘향긋한 들기름’(16원)이었다. 최종평점은 2.0점. 색깔이 다섯가지 들기름 중 가장 진했던 이 제품은 색감(1.2점), 향(2.2점), 점도(2.2점)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1.7점)에서 최하위를 했다. 중국 미얀마 베트남 등 여러 곳에서 들여온 들깨를 쓴 이 제품은 성분평가에서도 최하점을 받았다. 평가 대상 중 최저가였으나 위로 치고 올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양금옥씨는 “색감이 지나치게 진하고 불순물이 들어 있는 느낌이어서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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