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인 재팬] 교회건축 30년 숙원, 한국인 목사가 풀었다

일본 시즈오카 시미즈세이쇼 교회 한재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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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국 목사(뒷줄 검은색 양복)와 시미즈세이쇼 교회 신자들이 지난 18일 열린 교회당 봉헌예배에서 건축 경과를 설명하면서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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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지으려고 30년을 준비했다. 새로 온 외국인 목사는 ‘이제 교회를 짓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성도들은 ‘왜 하필 지금인가’ ‘빚을 낼 수는 없다’며 망설였다. 그때 90세 노부인이 전 재산을 내놓으며 교회 건축의 마중물이 됐다. 개신교인 비율 0.44%에 불과한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일본 중부 시즈오카현 시즈오카시 시미즈구 시미즈세이쇼(淸水聖書) 교회 이야기다. 담임목사는 한국인 한재국(61) 목사다. 교회는 지난 18일 헌당예배를 드리고 일본과 세계를 향해 선교 사명을 다하자고 결단했다. 시미즈는 도쿄에서 서쪽으로 150㎞ 정도 떨어져 있는 해안가 마을로 후지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시미즈세이쇼 교회는 일본동맹기독교단 소속으로 1951년 미국 선교사에 의해 창립됐다. 교회는 30년 전 마을 사거리에 495㎡(150평) 부지를 구입했다. 하지만 삽은 뜨지 못했다. 그러다 5년 전 한 목사가 부임했다. 첫 한국인 담임이었다. 전임자인 호츠키 노보루 목사가 새 교회가 세워지기 위해선 한국인 목사가 와야 한다며 1년을 기도한 결과였다.

한 목사는 “호츠키 목사는 한국인 목사의 기도와 열정이 뜨겁고 리더십도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건축 추진을 위해서는 한국인 목사가 와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인들은 무슨 일을 하든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거친다. 크리스천 역시 다르지 않다”며 “신자들은 교회 건축을 계획만 했지 실행하지는 않았다. 자금도 부족해 기도와 설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한 목사는 부임 이후 신자들에게 믿음과 기도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또 교회 건축이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교했다.

건축에 시동을 본격적으로 건 것은 2년 전이었다. 매주 두 차례 기도회를 가졌고 작년 10월엔 한 달간 전 교인 릴레이 금식기도를 했다. 교인은 총 20여명에 불과했지만 신자들은 하루 한 끼씩 굶으며 기도했다. 그러면서 점차 건축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런데 부족한 3000만엔(약 3억원)이 문제였다. 한국과 달리 은행 대출도 원치 않았다. 교회 건축은 물 건너가고 있었다.

이때 고령의 사쿠라이 기쿠코(91)씨가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을 매각해 400만엔을 헌금했다. 할머니의 전 재산이었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과부의 동전 두 닢’(눅 21:2) 같았다. 한국말을 할 줄 알았던 할머니는 평소 한 목사의 기도와 진심에 응원을 보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성도들은 회개의 눈물을 쏟았고 십시일반 헌금해 부족한 금액을 채웠다.

교회는 마침내 지난 2월 1일 공사를 시작해 6개월 만인 7월 30일 완공했다. 건축위원장 고토 마리코 집사는 이날 경과보고에서 “지난 2년은 하나님의 뜻과 비전을 구하는 시간이었다”며 “교회를 통해 시미즈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세계로 복음이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감격해 했다.

한 목사는 “새 교회는 사거리에 세워져 주민들 눈에 잘 띈다. 벌써 시미즈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은 신사나 사찰은 대규모로 건립되는 반면 교회는 상대적으로 작거나 주택가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2층 규모의 새 교회는 지역 주민을 위한 휴식처와 다용도 공간도 마련했다. 어린이 교육이나 노인 세미나, 콘서트와 갤러리 개최, 결혼식과 장례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 목사는 서울신학대를 다니다 86년 일본으로 유학, 일본대(경제학)와 도쿄신학교를 졸업했다. 2004년 일본동맹기독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일본인 교회인 도쿄 시이나마치 교회 전도사와 담임목사를 12년간 지냈고 2012년 4월 시미즈세이쇼 교회 8대 목사로 부임했다.

시즈오카=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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