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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이나미] 보건의료 난맥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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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의사, 약사, 제약회사, 환자, 보호자,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보건의료 분야는 불만도 많고 구설도 많다. 언뜻 보면 의사는 의사대로 한의사는 한의사대로 약사는 약사대로 똘똘 뭉칠 것 같지만 대학병원 종합병원 개인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한의사의 입장이 다르고, 병원 약사와 개업 약사의 입장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어느 쪽이 모두를 위해 좋은 정책인지 표류할 때가 적지 않다.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정책도 그렇다. 환자 인권을 생각해서 정신병원 입원 환자들을 가능한 한 퇴원시키는 게 좋아 보이지만, 막상 퇴원하면 갈 곳이 없어 노숙인이 되거나 보호자를 괴롭히다가 가정 붕괴나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낮병원이나 중간단계의 거주시설 없이 병원에서 내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정신치료에 대한 수가도 문제다. 오랜 공부와 수련을 거쳐 터득이 되는 정신분석 치료를 터무니없이 낮은 보험수가로 묶어 놓으니 정신과 의사들은 일단 투약을 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인정하는 단기 치료만 선호하다 보니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아 재발이 거듭된다. 의사가 정신치료를 외면하니 검증되지 않은 치료사들이 나타나 민간 자격증을 남발하고, 고가 상담료를 받으면서 의료기관 등록은 하지 않으니 감시도 받지 않아 환자들이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사이비 치료사들도 많다. 리베이트로 말들이 많았지만 외국 거대공룡에 맞서 약품을 개발해야 하는 제약회사들에 장기간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받지 못한다. 신약이 개발돼야 수지 타산이 맞는데, 그러지 못하니 판매에만 경쟁하다 생기는 부작용이라는 점은 모른다.

한의사들이 의료장비를 쓰는 것 때문에 생기는 갈등도 일제 강점기에 시작됐다. 일본은 전통 한의학을 말살하기 위해 한의학 자체를 부정했고, 서양의학만 짝사랑했던 일본 의사에게 교육받은 양의사들이 광복 이후 한의학을 현대의학에 편입시키는 것을 반대했다. 결국 양의학과 한의학이 분열돼 서로에게 발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됐다. 양의학이 과학적인 면에서 우월한 점이 많지만, 정신과 신체를 전체적으로 보는 전통의학의 태도나 오랜 경험으로 효과를 본 약초의 개발까지 부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손해다. 당장 양의학 입장에서는 한의학이 관련 영역까지 넘보는 것 같으니 한의사들과 타협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물리치료나 안경사도 그렇다. 카이로프랙틱 분야나 안경사에게 박사학위를 주면서까지 의학의 한 영역으로 인정하는 나라도 적지 않은데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그럼 이 모든 것이 전부 의료계의 이기심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얼마 전 미국에서 뇌수술을 받은 한 배우가 수억원의 치료비를 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한국이라면 수백만원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교포들이 정기적으로 와서 단기간 찔끔 보험료를 내고 치료를 받고 돌아가는 이유다. 놀랄 만큼 싼 치료비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의사, 약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모든 의료인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의료비 올리는 걸 좋아할 국민은 없다. 새는 의료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가장하는 가짜 환자들을 색출하려는 노력이 그중 하나다. 요즘에는 치매 요양비를 타기 위해 치매를 연기하게 하는 치매 과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꾀병 환자들도 문제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부족한 것을 고치며 좀 더 좋은 쪽으로 노력할 뿐이다. 보건의료의 난맥상 역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개선할 수밖에 없다. 책상 앞에 앉은 비전문 공무원이나 자신이나 로비집단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중립적인 의료인들과 의료 소비자들의 활발한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나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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