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무티 메르켈 기사의 사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학창시절 별명은 카지(Kasi)였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결혼하기 전 성이 카스트너였기에 붙은 애칭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이후 그에게는 많은 별명이 따라다녔다. 2005년 최연소 여성 총리로 취임해 12년을 권력의 정점에 있었으니 이름 앞에 온갖 수식어가 붙는 게 당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엄마라는 뜻의 무티(Mutti)가 유명하지만 독일 언론은 프라우 나인(Frau Nein)을 많이 쓴다. 영어로 하면 미세스 노(Mrs. No), 우리말로는 ‘아니요 여사’다. 2000년대 말 유로존 위기 속에 유로 회원국에 강력한 경고를 거듭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빗대 독일판 철의 여인이라고도 한다. 최근 나온 뉴 비스마르크, 정상회담 총리라는 별명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순식간에 휘어잡았다는 독일인의 자부심이 묻어 나온다.

메르켈은 여성, 동독 출신, 이공계 전공이라는 베를린 정치무대의 3대 약점을 고루 갖췄다. 이혼한 뒤 다시 결혼했고, 자녀가 없어 여성이라는 약점은 더 부각됐다. 동독에서의 공산당 활동도 발목을 잡았다.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적극적인 후원 덕에 약점을 극복하고 정치적으로 성공했지만 시기를 불렀다. 이때 생긴 별명이 나의 소녀(Mein Maedchen)다. 콜은 수양딸처럼 생각한 메르켈을 아끼는 마음으로 부른 호칭이었는데 반대파는 조롱조로 썼다.

콜의 발탁으로 두 차례 장관을 역임한 메르켈이 1990년대 말 기독민주당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그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정치적으로 독립하면서 오시(Ossi)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오시는 동독 주민을 경멸조로 부르는 말이다.

그래도 메르켈을 설명하기에는 무티가 딱이다. 소탈하면서 따뜻하게 보살피고, 엄격하지만 혼자 앞서지 않는 리더십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4연임 총리가 허투루 생긴 게 아니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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