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송세영] 동성애와 차별 기사의 사진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인준을 둘러싼 찬반 논의 과정에서 동성애 문제가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대선후보 토론과정에서 이 문제를 언급해 논란을 빚은 지 5개월 만이다. 김 전 후보자는 군인들의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5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게 문제가 됐다. 주된 이유는 해당 조항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것이었지만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동성애 옹호로 받아들여져 반대 측의 비판을 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동성애 관련 판결에 관여한 적이 없었지만 회장으로 있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개최한 토론회가 논란을 불러왔다. 동성결혼 합법화,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였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동성애 및 성소수자 인권도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밝힌 부분도 동성애 옹호로 읽혀 논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동성애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피상적이고 편협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 문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친 적이 없다. 동성애 인권이나 동성결혼 합법화의 사상적 근거들은 서구에서 직수입된 것들이다. 미국에선 동성애단체가 처음 결성되고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때까지 70년이 넘게 걸렸다. 한국의 동성애단체들은 이를 짧은 시간에 속성으로 해치우려 한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논의와 이해의 부족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악용이나 소모적 대결과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적이 없는, 자기만의 용어나 논리를 강변하며 상대방을 공격하곤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동성애라는 용어부터가 논란의 대상이다. 동성애 옹호자들은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영어 약어인 LGBT나 성 소수자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는 LGBT의 일부만 지칭하기 때문이다. 반대 측은 동성애와 동성 간 성행위를 혼용해서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동성 간 성행위를 동성애라고 표현하면 동성애가 ‘성’이 아니라 ‘사랑’의 문제인 것처럼 오도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시각차가 가장 큰 것은 ‘차별’이라는 용어다. 우리 사회에서 LGBT를 차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거의 없다. LGBT를 부도덕하게 여기는 보수기독교계도 이들을 차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여기서 차별은 직장, 학교, 사회생활 등에서 LGBT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기독교계가 차별금지법 입법에 반대하는 것은 여기서 차별이 훨씬 더 넓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적 표현이나 발언도 규제한다. ‘동성애는 부도덕하다, 비윤리적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차별에 해당되는 것이다.

차별적 표현이나 발언을 법으로 규제하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약속을 안 지켜서 우리 사회가 신뢰의 위기에 처했으니 사적이든 공적이든 약속을 어기면 법적 책임을 묻자고 한다면 반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고소·고발과 소송이 폭주하고 갈등만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표현이나 발언을 하면 도덕적으로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하면 된다. 이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입법 과잉이다.

서구 선진국 중에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나라가 많다. 이들 국가에선 이민자들과 다문화 인구, LGBT의 급증으로 사회통합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였다. 그러나 이들을 사회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법으로 차별을 금지한 게 바람직했는지는 되짚어봐야 한다. 차별금지의 법제화가 최근 차별을 대놓고 지지하는 극우세력이 득세하는 결과를 낳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와 차별금지는 우리에게도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충분한 토론과 소통의 시간부터 가졌으면 좋겠다.

송세영 사회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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