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원보이스가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정확히 10년 전의 일이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여러 면에서 획기적이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명명된 10·4 남북공동선언은 8개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합의는 4항, 즉 남북 정상이 현 정전체제 종식과 함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공감하면서 3자 또는 4자 정상이 종전선언 추진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조항은 그해 6자회담 2·13 합의, 10·3 합의 등 북핵 문제 진전과 맞물려 북핵·북한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를 정부에 안겨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부터 정부 외교안보 라인 내에선 불협화음이 연이어 노출됐다. 당시 임기를 몇 달 남겨놓지 않았던 노무현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려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체결 주체, 시점 등을 놓고 당시 부처 간 엇박자가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대북정책을 주도하던 백종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송민순 외교부 장관의 현격한 시각 차이 표출이 그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그해 10월 백 실장이 한 강연에서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협상을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상징적 선언”이라고 밝힌 것이 발단이었다. 3∼4자 정상들이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송 장관이 즉각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송 장관은 당시 “종전선언을 하려면 먼저 정치·군사·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협상을 동일시하는 청와대 시각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정부 내에선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쪽과 외교부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계속됐다. 그해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 내 이견도 이 같은 확연한 대북 시각 차이에서 비롯됐다.

외교안보 라인에서의 엇박자 우려가 최근 다시 오버랩되는 양상이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규모 이벤트 직후 합의 이행을 독려하던 당시 상황과 지금의 모습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정부 내에서 ‘원 보이스’가 나오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중심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있다. 최근 일련의 문 특보 강연을 보면 일관된 주장이 나온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지 및 한·미 군사훈련 중단’, 이른바 쌍중단(雙中斷)론이다. 이는 어떤가. 우리 정부가 그동안 밝혀온 기본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또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북 제재와 압박 기조를 강조할 때 문 특보는 강연에서 대북 제재 및 세컨더리 보이콧의 효용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결코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다”고 거듭 역설할 때도 문 특보는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또 “한·미동맹이 깨진다 해도 전쟁은 안 된다”고도 했다.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취지겠지만 굳이 그렇게 자극적인 표현을 썼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남북 군사회담 제안에 미국이 엄청나게 불쾌해했다. 국무부 장관이 강력 항의했다”는 문 특보 발언을 정부 고위 당국자가 “동의할 수 없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

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민감한 시기인 만큼 특히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원 보이스’가 필수적이다. 도발 위협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행여 잘못된 신호를 주고,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이완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교안보 라인에선 최근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문 특보는 언제나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하지만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 역할을 하는 그의 무게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이 불안해할 오해를 야기하고 불필요한 억측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 자체로 문제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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