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의 딸 친구 살해 미스터리 기사의 사진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씨가 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씨가 지난달 27일 아내의 영정사진을 들고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 이병주 기자,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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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병을 앓으면서 ‘어금니 아빠’로 대중에게 알려진 이모(35)씨가 여중생인 딸 친구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8일 구속됐다. 이씨의 딸 이모(14)양이 살인에 가담한 정황이 나온 데다 아내가 최근 자살한 사건까지 알려지며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딸의 친구 김모(14)양을 살해하고 이튿날 강원도 영월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사체유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부검에서 김양이 목이 졸려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의 살인 혐의 입증과 범행동기 규명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선 “성폭행 정황은 아직 없고 성적 학대도 확인이 안 됐다”고만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일 오전 이씨 명의로 된 서울 도봉구 한 빌라에서 이씨를 체포했고 이튿날 영월 야산에서 알몸 상태의 김양 시신을 발견했다. 이때 이씨의 범행 사실을 알면서도 도봉구 자택까지 태워다준 친구 박모(35)씨도 범인 도피 혐의로 이씨와 함께 구속했다.

경찰은 딸 이양이 사체 유기에 가담한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김양을 중랑구 자택으로 불러들인 것이 이양이기 때문이다. 낮 12시20분쯤 이양 집에 들어갔던 김양이 돌아오지 않자 부모가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은 행적을 조사한 뒤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양은 아버지가 시신을 담은 검은 여행가방을 차량 트렁크에 싣는 동안 곁에서 지켜봤다.

이씨 부녀는 검거 당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잠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던 이씨는 8일 오전 경찰 조사에서 개인 신상 등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 반응을 보였으나 사건 관련 질문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조사실에서 나온 이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수면제 복용 전 차 안에서 딸과 함께 유서 형식의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 속 이씨는 “내가 자살하려고 뒀던 약을 김양이 먹었다”며 김양이 살해된 것이 아니라 사고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범행을 감추려 한 정황도 있다. 영월에 가기 전 차량 블랙박스를 뗐다가 서울에 와서 다시 붙이고 시신을 유기한 뒤 동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이씨 부녀가 붙잡힌 자택도 검거 이틀 전 마련한 도피처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아내 최모(32)씨의 투신 사망사건도 조사 중이다. 최씨는 지난달 5일 중랑구 자택 5층에서 투신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영월경찰서에 의붓시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이씨가 목숨을 끊으려는 아내를 말리지 않은 혐의(자살방조)에 대해 수사 중인 상태였다.

거대백악종이라는 병을 앓는 이씨 부녀의 사연이 알려진 것은 2006년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다. 거대백악종은 치아와 뼈 사이에 악성 종양이 계속 자라나는 병으로 이씨가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딸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씨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수차례 받으며 잇몸을 모두 긁어내 어금니 하나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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