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고향세 기사의 사진
추석이 중간에 낀 초유의 장기 연휴가 끝났다. 한가위 명절을 맞아 고향을 다녀온 이들이 많았을 게다. 고향에 대한 느낌은 도시냐 시골이냐에 따라 다르고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어린 시절 추억이 묻어 있는 고향은 아무래도 설레는 대상이다.

그런 고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인구가 정점이던 30여년 전에 비해 3분의 1로 쪼그라든 농어촌들이 적지 않다. 면 소재지를 벗어나면 폐교들이 부지기수이고 군·면 소재지도 학생수가 5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 초등학교가 많다. 일자리를 찾아 너도나도 대도시로 떠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인구 유출이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30년 후에는 전국 읍·면·동 3502개 중 1383개(40%)가 소멸될 것이란 정부 산하기관의 보고서도 나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을 되살리겠다며 출산 장려, 귀농·귀촌 지원, 지역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은 ‘고향사랑 기부제’(일명 고향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고향세는 도시민들이 재정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고향에 발전기금을 기부하면 일정액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일종의 기부금 제도다. 일본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후루사토(고향) 납세를 본뜬 것이다. 일본은 도입 후 몇 년간은 기부액이 미미했지만 지난해는 우리 돈으로 약 3조원에 달할 정도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고향세는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된 데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법안을 올해 마련해 2019년 시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여러 개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출향민의 애향심에 호소해 열악한 지방 재정을 보충하자는 취지인 만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 243곳 중 재정자립도가 30%도 안 되는 곳이 64%(155곳)나 된다.

지방재정 확충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데다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고향세가 도입되면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수도권 지역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느냐도 변수다. 고향세가 어떤 내용으로 현실화될지 궁금해진다.

글=라동철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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